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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6.27 <82년생 김지영>
  2. 2017.06.16 <한국이 싫어서>
에세이/책이야기2017. 6. 27. 02:00

<82년생 김지영>


세간의 화제(?)인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 읽고 울었다는 후기들을 많이 봐서 나도 눈물줄줄 할까봐 자기 전 침대 위에서 스탠드를 켜놓고 읽었다.


나는 울지 않았다. 슬프지 않았다. 그저 화가 났다. 김지영 씨의 삶이 내가 살아온 삶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김지영 씨가 만난 여자들 중엔 부당함에 침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서 어쩌면 나의 삶보다 더 진보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김지영 씨보다 열 댓 살은 어린데 말이다.


이내 막막해졌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이 김지영 씨의 삶과 그렇게 다르지 않았듯, 앞으로의 삶도 김지영 씨의 삶과 다르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김지영 씨가 김지영 씨의 어머니와 별 다를 것 없는 삶을 살았듯, 김지영 씨의 딸도 김지영 씨와 별다를 것 없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럼에도 소설에서, 시대속에서 애써 진보를 찾아보게 된다. 어려서부터 돈을 벌어 오빠와 남동생의 학비를 벌어야 했던 김지영 씨의 어머니와는 다르게 김지영 씨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진 않았다. 그런데 그 뿐이다. 세대가 교체된 것에 비해 너무 작은 변화이지 않은가.


답답하고 부당하고 나를 분노케 했던 김지영 씨의 연대기를 들은 사람들도 그 부조리를 인지하나, 본인이 부조리에 가담하고 있으며 그것에 맞설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것이 현실이다. 세상은 진보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여성은 해방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여성이 해방되지 않으면 개인의 해방 역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여성으로 지정된 사람들은 모두 삶의 어느 순간에 부조리를 깨닫고 좌절하는 순간을 겪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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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책이야기2017. 6. 16. 20:51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라는 소설을 읽고 있다. 7장 중 1장을 읽었으니 읽기 시작했다고 해야하나.

1장까지 읽고 나는 감탄했다. 소설이 시작되자마자 화자는 생리를 시작하는데, 그 부분을 어떠한 판타지적 포장 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사실 남성 소설가의 글을 읽어보면 여성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실제 여성이 아니라 본인의 환상 속 여성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국이 싫어서>는 그렇지 않았다. 소설을 읽기 전 작가의 사진을 먼저 보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여성 작가가 썼을 거라 짐작했을 것 같다. 


"입국 심사대 앞에 서 있을 때 생리가 터졌어. 줄 선 시간이 아까워서 화장실에 갈까 말까 조금 망설였는데, 사실 망설일 상황이 아니었어. 생굴 같은 게 막 몸에서 빠져나가고 있었어. 화장실에 가서 봤더니 팬티에 이미 피가 꽤 묻어 있는 거 있지. 가방에 생리대가 하나 있기는 했는데 여벌 속옷은 당연히 없었지. 화장실에 있는 휴지로 최대한 피를 닦아내고 팬티에 생리대를 붙였어. 달리 방도가 없잖아."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 12쪽

이 부분에서 나는 김훈 작가의 <언니의 폐경>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불가피했다,...

그래 이게 여성이지. 이게 생리지.
아직 1장밖에 안 읽어봤지만 남은 부분들도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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