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2018. 5. 14.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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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연대기> 후기-①/영화의 주요 내용과는 상관없을 것 같은 단상들

<피의 연대기> 후기-②/생리대는 휴지와 같다


<피의 연대기> 후기-③/생리와 자본주의


<피의 연대기>를 보며, 너무 분해서 눈물이 찔끔 나왔던 부분이 있었다. 저소득층 여학생들이 생리대 살 돈이 없어 깔창을 생리대로 쓰거나, 생리 기간이 되면 수건을 깔고 누워 학교를 가지 않는다는 내용이 다큐멘터리에 나왔다. 2016년에 여러 번 보도되었고,(기사) 이후 여러 복지 정책이 시행되고 기부 및 펀딩이 있었지만 여전히 생리대는 누군가에겐 비싸다. 나의 생리 경험과 영화를 곱씹어보면 돈이 없을수록 생리에 더 큰 돈을 들이거나, 더 불편해야만 하는 모순이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생리대를 직접 사본 건 대학생이 되어서였다. 그 전까지는 엄마와 함께 마트에 가서 생리대를 샀었으니까. 당시엔 소셜커머스에서 한 학기 정도 쓸 분량의 생리대를 한 번에 사서 썼었다. 그게 단가로 따졌을 때 가장 저렴한 방법이었으니까. 그래서 생리대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소셜커머스에서 사면, 생리대를 싸게 살 수 있는데 왜 생리대 가격을 인하해야 하는 걸까? 하고 엄마한테 물었을 때,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너 고등학생 때도 그렇게 할 수 있었니?"

그랬다. 소셜커머스에서 대량으로 생리대를 구매해 비용을 아낄 수 있었던 건, 대학생이 되어서 시간 여유가 늘었기 때문에 최저가 검색을 할 수 있고, 용돈이 늘어 한 번에 결제할 수 있는 금액이 커져서 가능한 거였다.


2년 전부터 나는 탐폰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국산 탐폰을 썼고, 생리대를 쓰다 탐폰을 쓰니 완전 신세계였다. 냄새도 안나고 살이 짓무르는 일도 없었다. 생리혈이 새서 옷에 묻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다만 생리대보다 좀 더 자주 갈아야 하고, 소셜 커머스에서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없어서 돈이 더 들었다. 몇 달간 한국산 탐폰을 쓰다가 플레이텍스 탐폰이 훨씬 좋단 말에, 탐폰을 직구하기 시작했다. 원래 옛날엔 우리 나라에서도 플레이텍스 탐폰을 살 수 있었지만 몇 년 전에 철수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탐폰을 거의 안쓰긴 하니까... 아무튼 아마존에서 플레이텍스 탐폰을 직구하면 아주 싼 가격에 많은 탐폰을 살 수 있었다. 다만 배송비가 비싸니까 많이 시켜야하는 단점이 있고.. 나는 한 번 살 때 5만원 정도를 사서 거의 1년 넘게 썼던 것 같다. 아무튼 플레이텍스 탐폰과 한국 탐폰의 편리함은 정말 천지차이였고 나는 절대로 고통스러운 한국 탐폰을 쓰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생리컵에 완벽하게 적응해서 남은 탐폰을 이곳저곳에 나눠줬고, 나는 더이상 생리 때문에 돈을 쓰지 않는다. 나는 골든 컵을 찾기까지 10만원 정도를 소비했다. 보통 생리컵 하나가 4~5만원 가량인 것을 생각하면 두 번째 만에 적응한 것이니 시행착오를 많이 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청소년이나 저소득층에게는 부담스러운 돈일 테고, 성인 중에도 해외 직구를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결국 내가 생리컵을 이용해서 편리하고 저렴한 생리를 할 수 있는 것 역시 나의 특권이었던 것이다.


10대부터 50대까지, 여성들은 생리를 한다. 생리를 한다는 사실은 평등하지만 여성 개개인은 평등하지 않다. 자본 계급과 정보 접근성에서 차이가 난다. 그래서 생리 역시 자본주의적 계급에 따라 계급이 나뉘게 된다. 이런 부조리함이 나는 너무도 분했다.

Posted by 퍼포린
후기2018. 4. 2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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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연대기> 후기-①/영화의 주요 내용과는 상관없을 것 같은 단상들


<피의 연대기> 후기-②/생리대는 휴지와 같다


영화 <피의 연대기>에서 얻게 된 가장 큰 교훈(?)은 "생리대는 휴지와도 같다." 는 것이었다.

사실 영화를 본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ㅠㅠ) 미국의 어떤 주에서는 공공화장실에 생리대를 모두 배치하는 정책을 시행했다고 한다. 생리는 말 그대로 '생리 현상' 이니까 인간이 마음대로 조절할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생리대는 휴지와 같은 용도인 것이다.

14살에 초경을 한 뒤로 거의 10년의 시간이 지났다. 대학원을 다닌다면 정말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을 기간 동안 생리를 하면서도, 생리대는 생필품이고 면세품목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만 했지 생리대가 휴지와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못했었다.

웬만큼 괜찮은 외부의 화장실에 가면 휴지가 비치되어 있다. 가정에서는 취향에 따라 휴지를 선택해서 구입해서 써야 하고, 학교나 회사 화장실 휴지가 맘에 안들면 개인 휴지를 휴대해 다니며 써도 되는 것이다. 생리대도 그래야 한다. 오히려 휴지보다 더 다급하게 필요해질 수 있는 게 생리대이다. 대·소변은 잠시 동안은 참을 수 있지만 생리는 참았다가 배출하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생리대와 휴지를 똑같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피의 연대기>를 보며 얻은 가장 큰 인식의 전환인데, 센세이션을 글로 풀어내려 하니 어렵다. 요약하자면 생리대는 휴지와 같아서 공공 화장실에는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생리대가 비치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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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연대기> 후기-③/생리와 자본주의


Posted by 퍼포린
후기2018. 4. 5. 22:12

<피의 연대기> 후기-①/영화의 주요 내용과는 상관없을 것 같은 단상들


이 영화는 지난 1월 18일에 개봉한 영화이다. 16년인가 17년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것 같다는 기억이 있는데 그때 인기를 끌어서인지 이번에 정식으로 개봉하게 되었다. 그것도 상상마당 배급으로! 덕분에 영화가 개봉한지 몇 주 지난 2월 9일에 마침내 나는 <피의 연대기>를 보았다. 그러고 후기는 4월 초에 쓰고 있다... ㅎ 그치만 상상마당 배급이라 그런지 아직도 서울의 일부 영화관에서 상영중이다!! (네이버 영화정보) 많이 많이 보세요 여러분..


-영상미-

여타 독립영화와는 다르게, 피의 연대기는 고화질의 영상, 비비드한 색감을 만들어내어서 영화를 보며 상쾌함을 느꼈었다. 인터뷰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배경으로 책이 가득한 책장이 나온다거나 해서 인터뷰이에 시선 집중이 안될 가능성이 있다면 배경을 자연스레 페이드 아웃한 것도 좋았다. 상쾌한 미감이 아니었더라도 재밌게 관람했을 영화였지만 영상미 덕에 더 기분좋게 영화 관람을 했었다.

영화 중간 부분에서 생리의 역사를 설명할 때 손으로 그린 애니메이션이 나왔다. 여성의 몸을, '전형적이지 않지만 실제적으로' 그려낸 것이 좋았다.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그림 작가의 느낌이 났는데, 크레딧에는 애니메이터 이름이 실명으로 나와서 그 작가분이 영화에 참여하신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자막에서 성(姓)을 빼다-

이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인물 이름 자막, 그리고 엔딩 크레딧에는 성을 제외한 이름만 표시가 되어 있다. 깨알같은 부분이지만 가부장제의 산물인 성씨를 빼버린 것이 영화를 제작하는데 반영된 페미니즘적 가치관임이 느껴져서 좋았다.


-빅이슈-
상상마당에서 영화를 보고 홍익대학교 앞(홍대 앞 아님ㅋㅋ)으로 갔는데 빅이슈 판매원이 계셨다. 인스타그램 우주스타인 히끄고양이가 표지모델로 나오는 빅이슈 171호를 옛날부터 사고 싶었다. 빅이슈를 사들고 근처 카페에서 펼쳐봤는데, <피의 연대기>의 김보람 감독님 인터뷰가 실려있었다! 고양이와 김보람 감독님이 함께 실린 단돈 5천원의 잡지라니 정말로 데박데박이 아닐 수가 없다. 요즘 바빠서 아직 못 읽어봤지만... 일단 잡지를 사뒀으니 5월 쯤엔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정말로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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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연대기> 후기-③/생리와 자본주의

Posted by 퍼포린
후기2017. 8. 8. 16:17

생리컵 후기-① / 레나컵 실패기 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레나컵을 무사히 몸에서 빼냈지만 나는 다시는 레나컵을 쓰고 싶지 않았다. 잠이 깼을 때 느껴지던 그 이물감이 너무 괴로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다른 생리컵을 한 번만 더 시도해 보기로 했다.


네이버에서 여러 후기를 찾던 중, 중고나라에서 생리컵을 구매했다는 정보를 보고, 나도 중고나라를 뒤졌다. 누군가가 한 번 정도 착용하고 소독한 후 저렴하게 파는 컵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중고나라에 올라와 있는 생리컵들은 전부 포장을 뜯지 않은 새 상품이었다.


레나컵을 한 번 실패했으니까 더 말랑한 컵을 사봐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중고나라에서 블라썸컵(스몰, 블로썸컵)과 플뢰르컵(라지)을 주문했다. (가장 부드러운 컵을 1, 가장 단단한 컵을 10 이라고 했을때 레나컵의 경도는 5, 블라썸컵은 1, 플뢰르컵은 3이다.) 며칠 뒤 블라썸컵은 무사히 도착했지만 플뢰르컵은 옥천HUB에서 실종되었다...☆★ 사실 블라썸컵을 살 때 긴가민가하며 고민을 많이 했었다. 레나컵/디바컵/문컵/슈퍼제니/유니컵/루네트컵 등등 많은 생리컵을 접했지만 블라썸컵은 처음 들어봤기 때문이었다. 서치를 해보니 블라썸컵이 한국에서는 유명하지 않은 생리컵이지만 외국에서는 아주 유명하고 인기많은 생리컵이라 해서 의심을 풀고 사용해 봤다. (블라썸컵 공식홈페이지)

공홈에서 가져온 블라썸컵 사진. 평범하게 생겼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나는 블라썸컵을 시도하게 되었다. 펀치다운폴드로 시도를 했고, 말랑말랑한 컵이다보니 삽입을 시도하다가 질 입구에서 컵이 펴져버리는 불상사는 없었으나 정말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심리적 장벽이었다. 생리컵 입문기-생리컵 구매를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의 2번째 글을 보면 생리컵을 사기 전에 손가락을 질에 넣어서 포궁의 높이를 재보란 말이 나온다. 그리고 나는 질에 손가락을 끝까지 넣어도 아무것도 닿지 않는 높은 포궁의 소유자다. 블라썸컵을 접어서 쭉 밀어넣었더니 이내 손가락이 닿지 않는 곳까지 생리컵이 들어갔고 나는 무서웠다. 진짜 무서웠다. 


몇 번 실패 후에 용기를 내서 집어넣었고, 말랑한 컵은 잘 펴지지 않았다ㅠ 손가락으로 생리컵 둘레를 꾹꾹 누르면서 용을 썼더니 마침내 생리컵이 펴졌다. 어디선가 봤던 내용에 따르면 생리컵이 질 속에서 펴질 때 팡!! 소리가 난다는데 그런 소리는 나지 않았다. 말랑한 컵이라 그런지. (지금은 블라썸컵을 쓰기 시작한지 2주기가 지났고 두려움을 극복했기 때문에 질 속으로 깊게 밀어넣으면 블라썸컵이 알아서 잘 펴진다.)


생리컵이 몸 안에서 잘 펴져서 실링이 됐는지 확인하려면 꼬리를 잡고 당겨보면 된다는데, 블라썸컵은 꼬리를 당기면 (쑥 빠지는 건 아니지만) 조금씩은 딸려 나온다. 고통을 잘 참는다면 진공을 풀지 않고 쭉 당겨 빼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다. 생각만 했다.. 꼬리를 잡고 당겨보는 거 외에 내가 알아낸 방법은, 생리컵을 뺄 때처럼 응가하듯이 힘을 줘보는 거다. 생리컵이 잘 펴지지 않았거나 접힌 상태로 몸 속에 있다면 조금만 힘을 줘도 밑으로 쑥 내려온다. 반면에 잘 펴져서 진공 상태로 돼 있다면 힘을 줘도 생리컵이 조금만 내려온다. 블라썸컵이 잘 펴진 걸 확인하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순간 나는 생리중인 걸 잊어버렸다!!!!!


생리컵은 탐폰보다 백배 편했다. 내가 예민해서인지 탐폰(플레이텍스)을 사용해도 방광압박을 느끼는데 말랑한 블라썸컵을 쓰니까 방광압박도 없었고 실 땜에 거슬리는 느낌도 나지 않았다. 방광압박이 없으니 생리중에 헬스장에 가서 격한 운동을 해도 불편하지 않았다. 탐폰이나 생리대를 쓸 때 나는 냄새도 나지 않는다. 대소변을 볼때도 너무너무 편했다!! 탐폰을 쓰면서 화장실에 갈 땐 실에 묻을까봐 불안하니까. 그리고 생리컵을 써도 조금씩 피가 새서 팬티라이너와 함께 써야 했지만 탐폰 실의 모세관 현상 때문에 지속적으로 생리혈이 새는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결정적으론 밤에 잘 때 너무 편했다. 너무 편해서 나는 블라썸컵을 착용하고 잔 첫날 밤에 12시간을 넘게 자버렸고 아침에 화장실에서 공포영화를 찍어야 했지만 말이다....그러니 생리컵을 하고 잘 때는 적당히 자는걸로 해야겠다..


블라썸컵을 뺄 때도 레나컵과 똑같이 빼면 되지만 (레나컵 실패기 참고) 생리컵 밑동을 잡고 C자형으로 접으면서 빼낼 때 밑동의 그립감이 레나컵에 비해 좋지 않았다. 마찰이 적어서 착 감기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그 점만 빼면 블라썸컵은 나의 골든컵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고, 스몰 사이즈 하나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이 들어 미국 아마존 에서 라지 사이즈를 추가로 구매했다. (한국 직배송이 불가능해서 몰테일 뉴저지 센터로 배송대행을 해서 구매했다. 배송비는 $9 나왔다. 공식 홈페이지에선 직배송을 해주는 것 같았지만 생리컵 가격이 좀 더 비쌌다.) 블라썸컵 라지는 스몰보다 5ml 정도의 생리혈을 더 수용한다. 앞으론 제법 쾌적한 생리기간을 보낼 것 같다. 생리컵을 자주 비울 필요도 없을거고.


블라썸 컵 라지


블라썸컵 라지 패키지에 딸려온 설명서에 있던 사이즈 가이드


생리컵 가격도 가격이지만, 아직 수입이 원활하지 않아서 해외 직구로 생리컵을 사와야 하니까 배송비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생리컵을 살 땐 신중하게 사야만 한다. 조만간 한국에서 생리컵이 제작되고 수입도 된다면 편하게 살 수 있겠지만. 어쨌든 나의 레나컵은 처치곤란이 되었다...


만약 생리컵에 이제 입문하려 하는, 높은 포궁인 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나는 입문용으로 디바컵(경도 3), 플뢰르컵(경도 3), 아이리스컵(경도 1.7)을 추천하겠다. 너무 말랑하면 잘 안 펴지니까 불편하다고 하고 단단한 컵은 아프니깐. 사실 잘 안 펴지는 게 큰 걸림돌이 되는 건진 잘 모르겠다. 나는 질에 손가락을 넣는 것에 거부감도 없고, 어찌저찌 잘 누르면 생리컵이 펴지게 되어있으니까. 지금은 마구 누르거나 하지 않아도 생리컵이 잘 펴진단 걸 알지만.

Posted by 퍼포린
후기2017. 7. 31. 17:28

지인 중에 본인이 생리컵을 쓴다고 한 사람이 두 명 있었다. 둘은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공교롭게도 레나컵을 쓰고 있었던 사람이었고, 내가 생리컵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면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그리고 꼭 끝맺음엔 "너도 꼭 생리컵 써봐."가 나왔다.


팔랑팔랑거리고 있던 차에 네이버 스토어팜에서 생리컵 판매처를 찾은 친구가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 함께 주문을 하자고 했다. 그래서 샀다, 레나컵! 인터넷의 여러 정보들을 보니 제법 저렴하게 산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했다. (구입처 링크)

 

레나컵 라지& 스몰 세트


레나컵은 약간 낮은 포궁~높은 포궁에게 적합한 컵이고, 가장 부드러운 컵을 1, 가장 단단한 컵을 10 이라고 했을때 레나컵은 5 정도 경도라고 한다. 주워들은 바로는 생리컵 헤비 리뷰어가 개발에 참여했다고 하니 믿고 써볼만하다 생각했다..........


처음에 생리컵을 접하고, 구매를 염두에 두지 않고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볼 땐 내가 높은 포궁의 소유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왜냐면 높은 포궁인 사람들은 길고 큰 컵을 사용할 수 있어서 생리컵을 자주 비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탐폰도 처음부터 불편함 없이 잘 사용했으니까 생리컵도 잘 쓰겠지 뭐. 이런 생각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도 오산이었다....


생리컵 입문자는 적당히 단단한 컵을 써야 삽입했을 때 잘 펴져서 레나컵 정도의 컵을 많이 추천한다고 하던데 나에게 레나컵은 너무나도 단단했다. 생리양이 많아서 생리컵이 쑥 들어간다고 하는 생리 2일차에 레나컵 스몰 사용을 시도했다. 단단한 컵을 접어서 질에 삽입하는데는 손아귀 힘이 많이 필요했다. 자꾸만 레나컵은 질 입구에서 펴졌고 그것은 지옥의 고통이었다. 자꾸만 실패해서 너무나 아팠다. 다리도 후들후들 떨렸다. 그렇게 1차 시도는 실패였다.


그 날 저녁엔 술을 많이 마시고 들어와서 정신이 없었고 용기가 샘솟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생리컵 삽입을 시도했다. 술에 취해 감각이 무뎌져서인지 용기가 생겨서인지 나는 레나컵 삽입을 성공했고 편안하게 잤다. 정말 편했다. 내가 생리컵을 쓰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가 최대 12시간까지 착용이 가능하니까 잘 때도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점이었다. 탐폰은 독성쇼크증후군의 위험 때문에 최대 6시간까지만 사용해야 하고 나는 6시간 넘게 자니까. 아무리 큰 오버나이트 생리대를 착용해도 이따금 피가 이불에 묻고 축축하고 찝찝하니까. 그리고 그 날 밤 나는 두 번 깼고 이물감인지 방광압박인지 모를 느낌을 느꼈다.


아침이 되고 생리컵을 뺄 때가 되었다. 나는 또 다시 지옥을 맛봤다. 난 높은 포궁이고 생리컵은 밑동에 겨우 손가락이 닿을 정도로 위쪽에 있었다. 손가락으로 생리컵 밑동을 누르면 진공이 풀리긴 커녕 생리컵이 마구 도망가서 질 근육의 탄력성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왜 내가 생리컵을 쓴다고 한건지 깊은 후회를 했지만 후회해봤자 시간을 돌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침대에 눕기를 몇 번 반복했다. 마지막이 될 줄 몰랐지만 마지막으로 침대에 누웠을 때, 페북에 생리컵을 못 빼겠단 글을 올렸더니 페친들이 "똥싸듯 힘을 줘보세요!!!" 라는 댓글을 남겨주었고(감사합니다) 나는 똥 싸는 느낌을 내기 위해 변기에 앉아서 힘을 줬고 몸 밖으로 나온 생리컵 밑동을 마주할 수 있었다. 레나컵의 꼬리와 밑동의 돌기는 굉장히 그립감이 좋았고 난 무사히 레나컵을 빼낼 수 있었다. 레나컵과 나의 인연은 거기까지였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Posted by 퍼포린
후기2017. 7. 14. 00:12

생리컵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열이면 열, "생리컵 너무 좋아, 너도 꼭 써!" 라고 말한다.

하지만 뭐든지 첫 시도는 어렵다. 심리적인 이유도 클거고, 초기 비용이 비싸서 신중하게 구매해야 한다. 직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배송비도 비싸다. 곧 국내에도 생리컵이 정식 수입된다고 하니 좀 더 쉽게 생리컵을 구하게 되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나는 인터넷에서 생리컵에 관한 정보, 사용법들을 아주 꼼꼼히 찾아봤었다. 그리고 나와 비슷하게 생리컵 구매를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 첫 생리컵 구매 전 크게 도움이 되었던 사이트를 모아서 포스팅해놓기로 했다.


1. 생리컵의 장단점과 의문 불안에 대한 답가 (블로그 포스팅)

-이 블로그에 있는 글들이 정말 상세하고 큰 도움이 된다. 이 포스팅은 버진이 써도 되는지(당연 된다), 피가 역류하진 않는지, 비위생적이진 않은지 등등의 오해를 풀어주는 내용이다.


2. 자신에게 맞는 생리컵을 고르자! "나의 골든컵 찾기" (블로그 포스팅, 필독!)

-생리컵을 고를 때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가 이 게시글에 다 있다.

-먼저 생리컵을 고를 땐 포궁경부의 높이를 생리중에 재봐야 한다. 

• 손가락 전체가 다 들어가도 끝에 뭐가 닿지 않으면 = high cervix 높은 포궁
• 손가락 대부분 넣어서 닿으면 = normal cervix 보통 높이 포궁
• 손가락 일부 넣었는데 닿으면 = low cervix 낮은 포궁 약 5센치 이하

-포궁경부의 높이를 알게 되었으면 생리혈의 양, 생리컵의 경도를 고려해서 생리컵을 고르면 된다.


3. 생리컵은 어디서 구매하나요?(feat.생리컵 브랜드별 특징) (블로그 포스팅)

-2번 글을 읽었으면 3번 글에서 여러 종류의 생리컵을 비교해보며 본인에게 맞는 생리컵을 찾아보면 된다. 구매처도 함께 나와있다.


4. 생리컵 사용법 (유투브 영상)

-생리컵 사용법을 유리병을 이용해 보여주는 동영상.(성격이 급하다면 2분부터 시청!)


5.생리컵, 넌 뭐니? (유투브 영상)

-프란(PRAN)에서 제작한 영상인데 4번의 영상과 내용은 같은데 더 짧다. 어차피 나같은 사람이라면 둘 다 보게 되겠지만.


6. 생리컵 빼는 게 어려우신 분 보세요 (유투브 영상)

-결과적으로 나한텐 별로 도움이 안 됐지만,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 영상을 보고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요약하자면 생리컵을 뺄 때 진공이 잘 안풀리면 컵을 비틀어서 바로 변기에 생리혈을 버리면 된다는 내용.


7. 월경컵 - 페미위키

-생리컵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가 나와있다. 페미위키의 좋은점은 글의 링크를 통해 다른 글로 넘어가기가 쉽다는 것!

-월경컵 비교표 문서에는 다양한 생리컵을 비교한 정보가 있다.

-분류:성격/월경컵 문서를 보면 페미위키에 작성된 모든 종류의 생리컵 링크가 있고, 링크로 들어가면 생리컵 공식홈, 사이즈, 색상 같은 정보들이 나와있다.


8. 네이버 블로그의 생리컵 후기들

-7번까지의 사이트를 다 보고, 사고 싶은 생리컵 후보들이 생겼을 때 생리컵 이름을 네이버에 검색했다. 생각보다 많은 후기가 블로그에 올라와 있었는데, 아직 생리컵 국내 판매처가 없어서 블로그 검색결과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바이럴 마케팅 게시글이 하나도 없어서 너무 좋았다.


Posted by 퍼포린
에세이/책이야기2017. 6. 16. 20:51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라는 소설을 읽고 있다. 7장 중 1장을 읽었으니 읽기 시작했다고 해야하나.

1장까지 읽고 나는 감탄했다. 소설이 시작되자마자 화자는 생리를 시작하는데, 그 부분을 어떠한 판타지적 포장 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사실 남성 소설가의 글을 읽어보면 여성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실제 여성이 아니라 본인의 환상 속 여성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국이 싫어서>는 그렇지 않았다. 소설을 읽기 전 작가의 사진을 먼저 보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여성 작가가 썼을 거라 짐작했을 것 같다. 


"입국 심사대 앞에 서 있을 때 생리가 터졌어. 줄 선 시간이 아까워서 화장실에 갈까 말까 조금 망설였는데, 사실 망설일 상황이 아니었어. 생굴 같은 게 막 몸에서 빠져나가고 있었어. 화장실에 가서 봤더니 팬티에 이미 피가 꽤 묻어 있는 거 있지. 가방에 생리대가 하나 있기는 했는데 여벌 속옷은 당연히 없었지. 화장실에 있는 휴지로 최대한 피를 닦아내고 팬티에 생리대를 붙였어. 달리 방도가 없잖아."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 12쪽

이 부분에서 나는 김훈 작가의 <언니의 폐경>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불가피했다,...

그래 이게 여성이지. 이게 생리지.
아직 1장밖에 안 읽어봤지만 남은 부분들도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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