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2017. 7. 31. 17:28

지인 중에 본인이 생리컵을 쓴다고 한 사람이 두 명 있었다. 둘은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공교롭게도 레나컵을 쓰고 있었던 사람이었고, 내가 생리컵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면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그리고 꼭 끝맺음엔 "너도 꼭 생리컵 써봐."가 나왔다.


팔랑팔랑거리고 있던 차에 네이버 스토어팜에서 생리컵 판매처를 찾은 친구가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 함께 주문을 하자고 했다. 그래서 샀다, 레나컵! 인터넷의 여러 정보들을 보니 제법 저렴하게 산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했다. (구입처 링크)

 

레나컵 라지& 스몰 세트


레나컵은 약간 낮은 포궁~높은 포궁에게 적합한 컵이고, 가장 부드러운 컵을 1, 가장 단단한 컵을 10 이라고 했을때 레나컵은 5 정도 경도라고 한다. 주워들은 바로는 생리컵 헤비 리뷰어가 개발에 참여했다고 하니 믿고 써볼만하다 생각했다..........


처음에 생리컵을 접하고, 구매를 염두에 두지 않고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볼 땐 내가 높은 포궁의 소유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왜냐면 높은 포궁인 사람들은 길고 큰 컵을 사용할 수 있어서 생리컵을 자주 비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탐폰도 처음부터 불편함 없이 잘 사용했으니까 생리컵도 잘 쓰겠지 뭐. 이런 생각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도 오산이었다....


생리컵 입문자는 적당히 단단한 컵을 써야 삽입했을 때 잘 펴져서 레나컵 정도의 컵을 많이 추천한다고 하던데 나에게 레나컵은 너무나도 단단했다. 생리양이 많아서 생리컵이 쑥 들어간다고 하는 생리 2일차에 레나컵 스몰 사용을 시도했다. 단단한 컵을 접어서 질에 삽입하는데는 손아귀 힘이 많이 필요했다. 자꾸만 레나컵은 질 입구에서 펴졌고 그것은 지옥의 고통이었다. 자꾸만 실패해서 너무나 아팠다. 다리도 후들후들 떨렸다. 그렇게 1차 시도는 실패였다.


그 날 저녁엔 술을 많이 마시고 들어와서 정신이 없었고 용기가 샘솟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생리컵 삽입을 시도했다. 술에 취해 감각이 무뎌져서인지 용기가 생겨서인지 나는 레나컵 삽입을 성공했고 편안하게 잤다. 정말 편했다. 내가 생리컵을 쓰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가 최대 12시간까지 착용이 가능하니까 잘 때도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점이었다. 탐폰은 독성쇼크증후군의 위험 때문에 최대 6시간까지만 사용해야 하고 나는 6시간 넘게 자니까. 아무리 큰 오버나이트 생리대를 착용해도 이따금 피가 이불에 묻고 축축하고 찝찝하니까. 그리고 그 날 밤 나는 두 번 깼고 이물감인지 방광압박인지 모를 느낌을 느꼈다.


아침이 되고 생리컵을 뺄 때가 되었다. 나는 또 다시 지옥을 맛봤다. 난 높은 포궁이고 생리컵은 밑동에 겨우 손가락이 닿을 정도로 위쪽에 있었다. 손가락으로 생리컵 밑동을 누르면 진공이 풀리긴 커녕 생리컵이 마구 도망가서 질 근육의 탄력성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왜 내가 생리컵을 쓴다고 한건지 깊은 후회를 했지만 후회해봤자 시간을 돌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침대에 눕기를 몇 번 반복했다. 마지막이 될 줄 몰랐지만 마지막으로 침대에 누웠을 때, 페북에 생리컵을 못 빼겠단 글을 올렸더니 페친들이 "똥싸듯 힘을 줘보세요!!!" 라는 댓글을 남겨주었고(감사합니다) 나는 똥 싸는 느낌을 내기 위해 변기에 앉아서 힘을 줬고 몸 밖으로 나온 생리컵 밑동을 마주할 수 있었다. 레나컵의 꼬리와 밑동의 돌기는 굉장히 그립감이 좋았고 난 무사히 레나컵을 빼낼 수 있었다. 레나컵과 나의 인연은 거기까지였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Posted by 퍼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