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글2025. 6. 28. 23:48

자본주의는 자연스럽게 도달하기 힘든 미(美)의 기준을 지정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꾸밈에 많은 돈을 쓰도록 유도한다. 가령, 동아시아에서는 하얀 피부를 가져야 예쁜 것인데, 유럽이나 미주 등에서는 태닝한 구릿빛 피부가 건강하고 아름답다고 여겨진다. 이 나라에서도, 저 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돈을 들여 미백 시술을 받거나 태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머리 모양 역시도 돈이나 시간을 쓰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없는 미의 기준 중 하나다. 친구들과 미용실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곱슬머리인 친구는 그냥 두면 산발 같아 보이는 머리가 싫다며 매직 스트레이트 파마를 하고, 직모인 친구는 머리에 볼륨이 없고 착 달라붙어보이는 걸 피하려고 주기적으로 미용실에서 파마를 한다고 했다. 꽤나 곱슬거리는 머리를 갖고 있는 나는 그 당시엔 커트 이외에 머리에 뭔가를 하진 않았지만, 머리를 감고나면 차분해 보이도록 손질하는데 꽤나 시간을 쓰곤 했다. 결국 우리 중 누구도 원래의 머리를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 없었고, 머리 모양을 바꾸는데 시간과 돈을 많이 쓰고 있었다.

대학생 때까지 다녔던, 커트가 1만원이었던 미용실이 문을 닫은 이후로 나는 미용실 유목민이 되었는데, 가는 미용실마다 커트만 하면 곱슬머리셔서 매직을 하는게 좋을 것 같단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손질하는데 시간도 덜 들고 빨리 말라서 좋을 거라고. 일단 생각해본다고 하고 집에 돌아와 가격을 찾아봤는데 비싸야 2만원인 커트에 비해 매직은 15만원부터 시작이었다. 그정도면 콘서트를 1번 다녀올 수 있는 큰 돈인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내 머리를 고치는(?) 데 그렇게 큰 돈을 써야한다니.

어제는 우연히 '탈매직'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어서, 그 키워드로 검색을 하다가 곱슬머리인 사람들이 모인 카페를 알게 되었다. 카페에 들어가보니 곱슬머리에도 유형이 있다고 했다. 30년을 곱슬머리로 살았는데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봐서 아주 흥미로웠다. 시간날 때마다 찬찬히 흝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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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퍼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