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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8.08 생리컵 후기-② / 블라썸컵 성공기
  2. 2017.07.31 생리컵 후기-① / 레나컵 실패기
후기2017. 8. 8. 16:17

생리컵 후기-① / 레나컵 실패기 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레나컵을 무사히 몸에서 빼냈지만 나는 다시는 레나컵을 쓰고 싶지 않았다. 잠이 깼을 때 느껴지던 그 이물감이 너무 괴로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다른 생리컵을 한 번만 더 시도해 보기로 했다.


네이버에서 여러 후기를 찾던 중, 중고나라에서 생리컵을 구매했다는 정보를 보고, 나도 중고나라를 뒤졌다. 누군가가 한 번 정도 착용하고 소독한 후 저렴하게 파는 컵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중고나라에 올라와 있는 생리컵들은 전부 포장을 뜯지 않은 새 상품이었다.


레나컵을 한 번 실패했으니까 더 말랑한 컵을 사봐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중고나라에서 블라썸컵(스몰, 블로썸컵)과 플뢰르컵(라지)을 주문했다. (가장 부드러운 컵을 1, 가장 단단한 컵을 10 이라고 했을때 레나컵의 경도는 5, 블라썸컵은 1, 플뢰르컵은 3이다.) 며칠 뒤 블라썸컵은 무사히 도착했지만 플뢰르컵은 옥천HUB에서 실종되었다...☆★ 사실 블라썸컵을 살 때 긴가민가하며 고민을 많이 했었다. 레나컵/디바컵/문컵/슈퍼제니/유니컵/루네트컵 등등 많은 생리컵을 접했지만 블라썸컵은 처음 들어봤기 때문이었다. 서치를 해보니 블라썸컵이 한국에서는 유명하지 않은 생리컵이지만 외국에서는 아주 유명하고 인기많은 생리컵이라 해서 의심을 풀고 사용해 봤다. (블라썸컵 공식홈페이지)

공홈에서 가져온 블라썸컵 사진. 평범하게 생겼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나는 블라썸컵을 시도하게 되었다. 펀치다운폴드로 시도를 했고, 말랑말랑한 컵이다보니 삽입을 시도하다가 질 입구에서 컵이 펴져버리는 불상사는 없었으나 정말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심리적 장벽이었다. 생리컵 입문기-생리컵 구매를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의 2번째 글을 보면 생리컵을 사기 전에 손가락을 질에 넣어서 포궁의 높이를 재보란 말이 나온다. 그리고 나는 질에 손가락을 끝까지 넣어도 아무것도 닿지 않는 높은 포궁의 소유자다. 블라썸컵을 접어서 쭉 밀어넣었더니 이내 손가락이 닿지 않는 곳까지 생리컵이 들어갔고 나는 무서웠다. 진짜 무서웠다. 


몇 번 실패 후에 용기를 내서 집어넣었고, 말랑한 컵은 잘 펴지지 않았다ㅠ 손가락으로 생리컵 둘레를 꾹꾹 누르면서 용을 썼더니 마침내 생리컵이 펴졌다. 어디선가 봤던 내용에 따르면 생리컵이 질 속에서 펴질 때 팡!! 소리가 난다는데 그런 소리는 나지 않았다. 말랑한 컵이라 그런지. (지금은 블라썸컵을 쓰기 시작한지 2주기가 지났고 두려움을 극복했기 때문에 질 속으로 깊게 밀어넣으면 블라썸컵이 알아서 잘 펴진다.)


생리컵이 몸 안에서 잘 펴져서 실링이 됐는지 확인하려면 꼬리를 잡고 당겨보면 된다는데, 블라썸컵은 꼬리를 당기면 (쑥 빠지는 건 아니지만) 조금씩은 딸려 나온다. 고통을 잘 참는다면 진공을 풀지 않고 쭉 당겨 빼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다. 생각만 했다.. 꼬리를 잡고 당겨보는 거 외에 내가 알아낸 방법은, 생리컵을 뺄 때처럼 응가하듯이 힘을 줘보는 거다. 생리컵이 잘 펴지지 않았거나 접힌 상태로 몸 속에 있다면 조금만 힘을 줘도 밑으로 쑥 내려온다. 반면에 잘 펴져서 진공 상태로 돼 있다면 힘을 줘도 생리컵이 조금만 내려온다. 블라썸컵이 잘 펴진 걸 확인하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순간 나는 생리중인 걸 잊어버렸다!!!!!


생리컵은 탐폰보다 백배 편했다. 내가 예민해서인지 탐폰(플레이텍스)을 사용해도 방광압박을 느끼는데 말랑한 블라썸컵을 쓰니까 방광압박도 없었고 실 땜에 거슬리는 느낌도 나지 않았다. 방광압박이 없으니 생리중에 헬스장에 가서 격한 운동을 해도 불편하지 않았다. 탐폰이나 생리대를 쓸 때 나는 냄새도 나지 않는다. 대소변을 볼때도 너무너무 편했다!! 탐폰을 쓰면서 화장실에 갈 땐 실에 묻을까봐 불안하니까. 그리고 생리컵을 써도 조금씩 피가 새서 팬티라이너와 함께 써야 했지만 탐폰 실의 모세관 현상 때문에 지속적으로 생리혈이 새는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결정적으론 밤에 잘 때 너무 편했다. 너무 편해서 나는 블라썸컵을 착용하고 잔 첫날 밤에 12시간을 넘게 자버렸고 아침에 화장실에서 공포영화를 찍어야 했지만 말이다....그러니 생리컵을 하고 잘 때는 적당히 자는걸로 해야겠다..


블라썸컵을 뺄 때도 레나컵과 똑같이 빼면 되지만 (레나컵 실패기 참고) 생리컵 밑동을 잡고 C자형으로 접으면서 빼낼 때 밑동의 그립감이 레나컵에 비해 좋지 않았다. 마찰이 적어서 착 감기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그 점만 빼면 블라썸컵은 나의 골든컵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고, 스몰 사이즈 하나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이 들어 미국 아마존 에서 라지 사이즈를 추가로 구매했다. (한국 직배송이 불가능해서 몰테일 뉴저지 센터로 배송대행을 해서 구매했다. 배송비는 $9 나왔다. 공식 홈페이지에선 직배송을 해주는 것 같았지만 생리컵 가격이 좀 더 비쌌다.) 블라썸컵 라지는 스몰보다 5ml 정도의 생리혈을 더 수용한다. 앞으론 제법 쾌적한 생리기간을 보낼 것 같다. 생리컵을 자주 비울 필요도 없을거고.


블라썸 컵 라지


블라썸컵 라지 패키지에 딸려온 설명서에 있던 사이즈 가이드


생리컵 가격도 가격이지만, 아직 수입이 원활하지 않아서 해외 직구로 생리컵을 사와야 하니까 배송비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생리컵을 살 땐 신중하게 사야만 한다. 조만간 한국에서 생리컵이 제작되고 수입도 된다면 편하게 살 수 있겠지만. 어쨌든 나의 레나컵은 처치곤란이 되었다...


만약 생리컵에 이제 입문하려 하는, 높은 포궁인 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나는 입문용으로 디바컵(경도 3), 플뢰르컵(경도 3), 아이리스컵(경도 1.7)을 추천하겠다. 너무 말랑하면 잘 안 펴지니까 불편하다고 하고 단단한 컵은 아프니깐. 사실 잘 안 펴지는 게 큰 걸림돌이 되는 건진 잘 모르겠다. 나는 질에 손가락을 넣는 것에 거부감도 없고, 어찌저찌 잘 누르면 생리컵이 펴지게 되어있으니까. 지금은 마구 누르거나 하지 않아도 생리컵이 잘 펴진단 걸 알지만.

Posted by 퍼포린
후기2017. 7. 31. 17:28

지인 중에 본인이 생리컵을 쓴다고 한 사람이 두 명 있었다. 둘은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공교롭게도 레나컵을 쓰고 있었던 사람이었고, 내가 생리컵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면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그리고 꼭 끝맺음엔 "너도 꼭 생리컵 써봐."가 나왔다.


팔랑팔랑거리고 있던 차에 네이버 스토어팜에서 생리컵 판매처를 찾은 친구가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 함께 주문을 하자고 했다. 그래서 샀다, 레나컵! 인터넷의 여러 정보들을 보니 제법 저렴하게 산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했다. (구입처 링크)

 

레나컵 라지& 스몰 세트


레나컵은 약간 낮은 포궁~높은 포궁에게 적합한 컵이고, 가장 부드러운 컵을 1, 가장 단단한 컵을 10 이라고 했을때 레나컵은 5 정도 경도라고 한다. 주워들은 바로는 생리컵 헤비 리뷰어가 개발에 참여했다고 하니 믿고 써볼만하다 생각했다..........


처음에 생리컵을 접하고, 구매를 염두에 두지 않고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볼 땐 내가 높은 포궁의 소유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왜냐면 높은 포궁인 사람들은 길고 큰 컵을 사용할 수 있어서 생리컵을 자주 비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탐폰도 처음부터 불편함 없이 잘 사용했으니까 생리컵도 잘 쓰겠지 뭐. 이런 생각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도 오산이었다....


생리컵 입문자는 적당히 단단한 컵을 써야 삽입했을 때 잘 펴져서 레나컵 정도의 컵을 많이 추천한다고 하던데 나에게 레나컵은 너무나도 단단했다. 생리양이 많아서 생리컵이 쑥 들어간다고 하는 생리 2일차에 레나컵 스몰 사용을 시도했다. 단단한 컵을 접어서 질에 삽입하는데는 손아귀 힘이 많이 필요했다. 자꾸만 레나컵은 질 입구에서 펴졌고 그것은 지옥의 고통이었다. 자꾸만 실패해서 너무나 아팠다. 다리도 후들후들 떨렸다. 그렇게 1차 시도는 실패였다.


그 날 저녁엔 술을 많이 마시고 들어와서 정신이 없었고 용기가 샘솟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생리컵 삽입을 시도했다. 술에 취해 감각이 무뎌져서인지 용기가 생겨서인지 나는 레나컵 삽입을 성공했고 편안하게 잤다. 정말 편했다. 내가 생리컵을 쓰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가 최대 12시간까지 착용이 가능하니까 잘 때도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점이었다. 탐폰은 독성쇼크증후군의 위험 때문에 최대 6시간까지만 사용해야 하고 나는 6시간 넘게 자니까. 아무리 큰 오버나이트 생리대를 착용해도 이따금 피가 이불에 묻고 축축하고 찝찝하니까. 그리고 그 날 밤 나는 두 번 깼고 이물감인지 방광압박인지 모를 느낌을 느꼈다.


아침이 되고 생리컵을 뺄 때가 되었다. 나는 또 다시 지옥을 맛봤다. 난 높은 포궁이고 생리컵은 밑동에 겨우 손가락이 닿을 정도로 위쪽에 있었다. 손가락으로 생리컵 밑동을 누르면 진공이 풀리긴 커녕 생리컵이 마구 도망가서 질 근육의 탄력성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왜 내가 생리컵을 쓴다고 한건지 깊은 후회를 했지만 후회해봤자 시간을 돌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침대에 눕기를 몇 번 반복했다. 마지막이 될 줄 몰랐지만 마지막으로 침대에 누웠을 때, 페북에 생리컵을 못 빼겠단 글을 올렸더니 페친들이 "똥싸듯 힘을 줘보세요!!!" 라는 댓글을 남겨주었고(감사합니다) 나는 똥 싸는 느낌을 내기 위해 변기에 앉아서 힘을 줬고 몸 밖으로 나온 생리컵 밑동을 마주할 수 있었다. 레나컵의 꼬리와 밑동의 돌기는 굉장히 그립감이 좋았고 난 무사히 레나컵을 빼낼 수 있었다. 레나컵과 나의 인연은 거기까지였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Posted by 퍼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