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썼던 '관크 후기'를 친구들 몇 명이 있는 카톡방에 공유했었다. 영화 후기 쓰기 전에 관크 후기를 먼저 쓰게 되었고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고 싶은 내 입을 막았던 건 영화관에서 이렇게 떠드는 사람들이 관람 매너를 이야기하는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의구심이 있어서였다는 말과 함께.
카톡방에 있던 친구가, 자신도 최근에 관크를 경험해서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고, 자신도 그런 말을 할때면 떨리지만 보통은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면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조용히 한다고 이야기해줬다. 나의 의구심을 깨준, '승리의 경험' 공유의 현장이었다. 큰 용기가 생겼다.
예전에 들었던 강연에서 민주노총 소속의 어떤 노조 조합원이 본인 사업장에서 노동 문제에 대응했던 경험을 말씀해주셨었는데, 그 분들은 성희롱이나 무례한 언어에 자주 노출될 수 있는 환경에서 노동하신다고 했다. 조합원분들은 참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피해를 당했을 때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같은 대응의 언어가 바로바로 입에서 튀어나오지 않았고 조합원들이 다같이 모여서 역할극으로 연습을 했다고 하셨다.(충주시 홍보맨의 악성 민원인 대응 영상같은 그런 역할극) 그 강연 내용이 생각났던 나는 5일동안 애인님과 역할을 바꿔가며 "조용히 하세요"라고 말하는 연습을 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지하철(지옥철)을 탔는데, 출입구로 들어갈 때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사람이 손가락으로 내 허리를 찌르면서 움직였다. 오른손과 왼손 모두를 검지만 펴서 찌르는게 느껴지던 순간, 나는 뒤돌아서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밀지 마세요!"라고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찌르지 마세요!"라고 말했다면 더 정확했겠지만, 어쨌든 그 순간 허리를 찌르던 촉감이 없어졌다. 날 찌르던 사람은 몇 정거장을 지나는 동안 줄곧 내 뒤에 있다가, 나의 앞쪽에서 열리는 문으로 먼저 내리려고 했다. 뒤를 쓱 돌아보니 그 사람은 또 손을 올렸는데 나랑 눈이 마주치니까 손을 내리고 "내릴게요." 라고 말을 했다. 누군가에겐 별일 아닌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드디어 나에게 필요한 한마디를 말해내었다. 기특한 내가 또 한단계 성장을 이뤄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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