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던지. 아마도 삼성아파트 맞은편에 있는 투룸에 살 때였는데, 애인님의 말에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몇 년이 지났어도(최소 3년)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장기 기억이 되지 않을까.
주말 오후가 되면, 주중에 쌓였던 피로가 있기도 하고, 바쁘게 해야 하는 일이 없어서인지 낮잠을 종종 자게 된다. 침대에 눕게 되면 절대 10분만 자고 일어나는 일이 없고 몇 시간을 자게 되고는 한다.
어릴 때, 엄마와 같이 살 때도 그랬던 적이 많았다. 엄마도 피곤했던, 그리고 체력이 약했던 직장인이니까 주말이 되면 집에서 잠을 잘 때가 많았고, 나는 엄마 옆에 잠깐 누워있다가 까무룩 들 때가 많았다. 코어 근육이 부족한데다가 체중도 많이 나갔던 나였지만 그 때의 집은 높은 책상과 의자 없이 좌식 생활을 하는 곳이었고, 바닥에 앉아있다보면 허리가 아팠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눕게 됐었다. 늘 피곤하고 직장인보다 더욱 잠이 부족했을 수험생이었으니까 잠깐 눕기만 하면 잠드는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게 해서 엄마보다 늦게 잠에서 깨게 되면, 엄마는 나를 혼냈다. 네 아빠도 집에서 누워서 잠만 잤다며, 너도 그를 닮았기 때문에 게을러서 어쩔 수 없다, 너는 비참하고 망가진 삶을 살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엄마가 잘 못해줬던 것만 기억해서, 엄마 때문에 비참한 인생을 살게 되었다며 원망하지나 말라고, 네 아빠는 지금 그러고 있다며 폭언을 퍼부었다. 수험생은 하루에 20시간씩 공부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했던 것이었으려나? (그럼 아빠는 수험생이었나?)
주말에 옆에 누워 푸지게 자고 일어난 나에게 애인님이 처음으로 했던 말은 "귀엽다."였다. 평생을 들어왔던 말과 너무도 큰 온도차가 충격적이었다. 내가 택할 수 없었던 가족이 끊임없이 나를 부정했다면, 내가 택한 가족은 이렇게 단단하게 내 편이 되어주는 것일까. 그렇다면 전자와 후자는 어째서 이렇게 다른 것인지. 그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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