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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5.08.05 250805 - 주말의 낮잠 2
  2. 2025.08.01 250801 - 혼자 하는 운동 4
아주짧은글2025. 8. 5. 23:50

언제였던지. 아마도 삼성아파트 맞은편에 있는 투룸에 살 때였는데, 애인님의 말에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몇 년이 지났어도(최소 3년)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장기 기억이 되지 않을까.

주말 오후가 되면, 주중에 쌓였던 피로가 있기도 하고, 바쁘게 해야 하는 일이 없어서인지 낮잠을 종종 자게 된다. 침대에 눕게 되면 절대 10분만 자고 일어나는 일이 없고 몇 시간을 자게 되고는 한다.

어릴 때, 엄마와 같이 살 때도 그랬던 적이 많았다. 엄마도 피곤했던, 그리고 체력이 약했던 직장인이니까 주말이 되면 집에서 잠을 잘 때가 많았고, 나는 엄마 옆에 잠깐 누워있다가 까무룩 들 때가 많았다. 코어 근육이 부족한데다가 체중도 많이 나갔던 나였지만 그 때의 집은 높은 책상과 의자 없이 좌식 생활을 하는 곳이었고, 바닥에 앉아있다보면 허리가 아팠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눕게 됐었다. 늘 피곤하고 직장인보다 더욱 잠이 부족했을 수험생이었으니까 잠깐 눕기만 하면 잠드는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게 해서 엄마보다 늦게 잠에서 깨게 되면, 엄마는 나를 혼냈다. 네 아빠도 집에서 누워서 잠만 잤다며, 너도 그를 닮았기 때문에 게을러서 어쩔 수 없다, 너는 비참하고 망가진 삶을 살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엄마가 잘 못해줬던 것만 기억해서, 엄마 때문에 비참한 인생을 살게 되었다며 원망하지나 말라고, 네 아빠는 지금 그러고 있다며 폭언을 퍼부었다. 수험생은 하루에 20시간씩 공부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했던 것이었으려나? (그럼 아빠는 수험생이었나?)

주말에 옆에 누워 푸지게 자고 일어난 나에게 애인님이 처음으로 했던 말은 "귀엽다."였다. 평생을 들어왔던 말과 너무도 큰 온도차가 충격적이었다. 내가 택할 수 없었던 가족이 끊임없이 나를 부정했다면, 내가 택한 가족은 이렇게 단단하게 내 편이 되어주는 것일까. 그렇다면 전자와 후자는 어째서 이렇게 다른 것인지. 그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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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퍼포린
아주짧은글2025. 8. 1. 23:58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운동을 하면서 몸을 쓰는 것이 필수적이라고들 하지만, 운동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꾸준히 운동하려면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 좋다고들 한다. 혼자 운동하는 것은 지루하기도 하고, 인체가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는 걸 온전히 혼자만의 힘으로 이겨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그래서 사람들은 러닝 크루를 만들고, 크로스핏 박스에 가서 운동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혼자서 운동해도 되기 때문에 꾸준히 운동을 하는 편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운동회 때 달리기 꼴찌를 맡아뒀던 걸 보면 나는 타고나길 몸치인데 남들에게 뚝딱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보통 체육시간에 배우는 이런저런 스포츠 종목은 경쟁이 수반되기 마련인데 매번 지는 것이 너무 싫었다. 21살에 처음으로 헬스장에 출석 도장을 찍기 시작하면서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고도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30대가 된 지금은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과 마음의 이곳저곳이 아프게 되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이라도 난다면 무조건 운동에 쓰려고 하는 편이다.

요즘은 평소에 하지 않았던 종목이었던 러닝과 케이팝 댄스(!)를 시도하고 있다. 둘 다 혼자 뛰거나 집에서 혼자 춤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친구들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는 러닝 인증샷을 보면, 보통은 평균 페이스(1km를 뛰는데 걸리는 시간)가 6분이고, 러닝 크루에 들어가서 매일 뛰는 친구는 4분대 페이스로 5~10km를 뛴다. 나는 최고 페이스로 달려도 6분, 평균적으로는 걷고 뛰기를 반복하면 10분이다. 느리지만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달리면 숨이 차서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케이팝 댄스는, 안무를 외우면서 추는 것이기 때문에 머리와 몸을 함께 써서 저속노화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도했다. 유튜브에서 찾아보면 안무를 동작별로 알려주는 댄서 선생님들이 많이 계셔서, 집에서 혼자 춤을 배울 수 있다. 남들이 보면 율동조차도 못되는, 허우적거리는 춤이겠지만 어쨌든 혼자서 하기 때문에 나는 즐겁다.

운동이 싫지만 그래도 해야되니까 한다는 느낌으로 지금까지 해왔는데, 이제는 조금씩 즐거움을 알게 되어가는 느낌이다. 야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좀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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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퍼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