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동안 아빌리파이를 복용하면서 몸무게가 30kg 늘었다. 트위터에서 보니까 아빌리파이를 먹으면 살찐다고 '돼빌리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더라.
복용을 시작한지 6개월 됐을 때 8kg 정도가 늘었다고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살 찌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닐텐데... 라고 하시며 식욕 억제제를 처방해주셨다. 그 약은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뉴스에 자주 나오던 약과는 다른 것인지, 나에게 어떤 작용도 부작용도 남기지 않았다. 그래서 식욕 억제제를 복용하면서도 행복하게 잘 먹었다 ㅋㅋ
왜 이렇게 살이 많이 쪘냐는 엄마의 타박에, 정신병이 생겨 약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답하니 엄마가 살 찌는 약을 그만 먹으라며 심리상담 비용을 내준다고 했다.(내가 원했던 건 아님) 내가 직접 심리상담사를 찾아서 상담을 받게 되면 사짜라서 못 믿는다고 할 게 분명해서, 엄마가 추천해주는 상담사님을 만났다. 1회기 상담을 받았는데 상담사님이 어려운 문제를 적극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다고 칭찬해주시고 상담을 꼭 지속하진 않아도 되겠다고 하셨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 때문에 불행에 빠졌을 땐, 그 시기가 언제 끝나지 않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불행해지게 되는 것 같다. 우울증이 2년 반 후에 끝날 걸 알고 있었더라면 더욱 단단하게 잘 버틸 수 있었을텐데.
시간이 지나 우울증은 사라지고 살찐 몸이 남았지만, 지금 보면 살아남아서 세상에 있는 많은 즐거운 것들을 경험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살 같은 건 정말로 큰 문제가 아니다.
<화산귀환>을 보면 사패련이 사천당가에 쳐들어왔을 때, 당가주는 사람이 남아있으면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며 가문의 모든 비기와 집기를 버리고 달아난다. 마찬가지로 나에겐 생명이 남아있고, 살은 모두가 알고 있는 방법대로 빼면 되는 거니깐.
살찐 걸 자꾸만 인식하게 하는 '유일한' 사람과는 거리를 두고 있어서 딱히 멘탈이 흔들릴 일도 없는 것 같다 ㅋㅋ 일단 작년 여름부터 한달에 1kg 정도씩 감량중인데 지금까진 잘 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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