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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11.10 대도시의 사랑법 2회차 관람 후기(처음부터 끝까지 스포)
후기2024. 11. 10. 23:13

대도시의 사랑법을 2번 보고 와서, 재밌는 장면들이 많았고 같은 영화를 본 친구들과 장면별로 앓기 위해 기록을 남겨보았다. 사실 2번째로 본것도 조금 시간이 지났는데 환절기 독감에 걸려서 약 2주의 시간이 순삭되는 바람에 이제야 쓰게 되었다...

대도시의 사랑법
미친X과 게이가 만났다! 바야흐로 애니멀 라이프의 시작이었다. 시선을 싹쓸이하는 과감한 스타일과 남 눈치 보지 않는 거침없는 애티튜드로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자유로운 영혼 재희. 그런 재희가 눈길은 가지만 특별히 흥미는 없던 흥수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누구에게도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하필 재희에게 들켜버린 것!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재희와 흥수는 알게 된다. 서로가 이상형일 수는 없지만 오직 둘만 이해할 수 있는 모먼트가 있다는 것을. 남들이 만들어내는 무성한 소문을 뒤로 하고, 재희와 흥수는 사랑도 인생도 나답게! 의기투합 동거 라이프를 시작하는데...
평점
-
감독
이언희
출연
김고은, 노상현, 정휘, 오동민, 박선후, 김채은, 강나언, 권영은, 신지우, 서벽준, 방정민, 김찬일, 박지안, 장혜진, 이상이, 곽동연, 주종혁, 이유진, 최유화, 이용이, 박성일, 김중기, 한현민, 홀랜드, 용진



게시글 내용은 전부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영화를 아직 안보신 분들은 안 읽는 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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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의 두 주인공은 불어불문학과 10학번이다. 대학교 1학년이 된 흥수는 '불문과 고추밭 단체방' 이라는, 남학생들만 있는 카톡방에 초대된다. 흥수는 초성으로 된 욕을 남기고 바로 단톡방을 나온다.
요즘도 대학생들이 그러는진 모르겠지만, 나는 두 주인공과 비슷한 시기에 대학교에 다녔는데 남자 동기들이 자기들끼리만 있는 단톡방이 있다고 해서 엄청 섭섭해했던 기억이 있다. (나도 초대해달라고 했더니 내가 보면 안되는 '더러운' 이야기를 주로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  2015년 쯤부터는 대학가 남톡방에 대한 고발 기사가 많이 쏟아져 나왔는데, 흥수같은 친구들이 내부고발 했던 걸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2. 강의가 시작되기 전, 불문과 남학생들은 강의실에 모여서 동기가 게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내가 대학교에 다닐 땐 저렇게 강의 전에 수다(?)떠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어서 조금 신기했다. 우리 과는 학생이 많아서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3. 영화를 보면서는 '구재희의 난' 장면에서, 처음으로 놀랐다. 이후에도 몇 번 더 놀랐고...

4 -1. 재희와 흥수는 유흥을 즐겼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재희는 유흥피플 치고는 맨날 앞자리에 앉고 공부를 열심히 한다. 이런 역설이 웃겼다.

4 -2. 코로나 이후 유흥이 사라지고 저속노화가 유행이 된 2024년에 보기엔 술 마시고 클럽에 다니는 모습이 별로 좋아보이진 않지만, 그땐 정말 그게 힙하고 좋은 거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술을 마시지 않고, 퇴근 후 운동하고 쉬다가 10시 30분에 자는게 힙하다고 생각한다.

5. 재희와 흥수는 불어불문학과 10학번이고,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곡인 missA의 Bad girl Good girl은 2010년 7월 1일에 발매되었다.

6. 재희와 흥수가 같이 옷을 사러 갔을 때, 흥수가 똑같은 셔츠를 또 사는 장면이 너무 웃겼다. 나도 같은 옷을 여러벌 사곤 한다.

7. 정말로 대학생이 갈만한 맛없고 양많고 가격싼 술집으로 보이는 곳에서 게이 술번개가 진행되어서 잠깐 추억여행을 했다.

8. 흥수의 썸남인 수호 역으로 나오는 배우 연기가 좀 튀는 느낌인데... 안그래도 중저음 위주의 다른 배우들에 비해 하이톤의 목소리이다 보니까 더욱 더 연기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후반부로 가면서 많이 나아지지만.

9. 재희와 흥수의 사랑은 끊임없이 대비된다. 사랑이 고프고, 연애에 진심인 재희는 하남자 메들리로 만나고, 사랑에 시니컬한 흥수는 찐사랑을 하고 있다. 연애 상대를 침대에 눕힐 때도 흥수는 푹신한 침대에서 편안하게 진행하는데(?), 재희는 남자친구를 밀었더니 돌침대였다.

10. 그런데 흥수씨, 술집에서 토하고 나서 키스하기 전에 양치는 했나요...?

11. 재희가 만난 하남자 1은 마마보이였다. 대학생인데 물약을 먹고, 엄마가 청소해줄테니까 공부하라고 하고.

12. 재희가 3층 집 베란다에 누가 있다고, 스토킹 당한 것 같다고 하는데 흥수가 안 믿어줘서 서운했다. 그렇지만 3층까지 올라올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못한 걸지도...

13. 재희와 흥수가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 재희는 면도기를 쓰고, 흥수가 BB크림을 바르는 장면이 화면 분할로 나온 것은 성역할 클리셰를 뒤집은 것 같아 흥미로웠다. 나중에 서로의 것을 몰래 쓰는 거라는 내용이 나온다.

14. 재희는 마마보이와 헤어지고 하남자2와 비밀연애를 시작하는데, 하남자2가 재희한테 '야!' 라고 소리지를 때부터 싸했다.

15. 사랑에 빠진 재희가 미끄럼틀에 누워 밤하늘을 보는 장면에서, 흥수가 사랑은 도파민의 농간이라고 할 때, 문과의 몸에 잘못 들어간 이과 남자 같았다. 공대에 저런 사람 많은데 ㅋㅋ

16. 수호가 팔꿈치에 혓바닥 닿는다고 말해서, 흥수가 집에 와서 거울 보면서 따라해보는 장면이 너무 웃겼는데, 같이 보는 관객들이 다같이 크게 웃어서 너무 좋았다. 사실 나는 케이팝 공연장에 자주 가다보니,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은 리액션이 너무 작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다같이 웃고 놀라고 하면 나는 참 좋던데.

17. 이 영화의 음악도 너무 좋았는데, 대학 축제에서 비눗방울이 날리고 스텔라장의 노래가 나오는 장면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 영화는 단짠단짠 영화라 달콤한 장면이 나오면 꼭 비극적인 장면이 뒤이어 나오더라. 비눗방울 장면 이후에 재희는 하남자2가 양다리였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비참하게 차인다.

18. 흥수가 수호의 학교에 놀러가는데, 수호가 하는 퀴어동아리 이름이 '커밍투게더'인걸로 봐서, 수호는 고려대 재학 중이란 설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퀴동에서 부르는 노래가 딱 음악감독인 프라이머리 노래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19. 찌그러진 우유갑을 그린 아이 이야기.

자기랑 다르면 그걸 열등하다고 생각해야 맘이 편하거든. 그게 진짜 열등한 줄도 모르고.


20. 재희가 임신중절 하러 갔다가 의사에게 개소리를 듣고 나왔는데 흥수가 "꼰대들이 하는 말에 신경쓰지마" 라고 하는 것에, 흥수가 남자라는 사실이 확 다가왔다. 나는 "신경쓰지마"라는 말을 정말 싫어한다. 이미 공격적인 말을 들어서 기분이 상했는데 그 말을 들은 걸 없던 일로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신경쓰지말라는 말은 상한 기분을 내 앞에서 티내지 말라는 뜻 정도밖에 될 수가 없다. 섬세하지 않은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21. 우리가 동거중이고 낙태까지 했다는 소문을 듣고, 재희는 "집단지성의 힘은 위대하다." 라고 했는데 이 말이 진짜 웃겼다.

22. 강아지를 입양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재희가 "내가 좀더 개처럼 살아볼게, 멍멍!" 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참 사랑스럽단 생각이 들었다.

23. 사무실에서 신입사원들 인사시키는 부분 보고 우리 회사에서는 저렇게 안하는데... 라고 생각했다. 다른 회사는 어떠려나.

24. 재희가 만난 하남자3은 법무법인 승부에 다니는 변호사이다. '승부'라는 이름도 뭔가 맘에 안들었고, 재희가 상사 욕을 할 때, '상사 업무스타일에 맞추는 것도 능력이야' 라는 공감 능력 떨어지는 말을 해서 너무 싫었다.

25. 수호가 집착도 사랑이라고 하는 내용은 무엇을 위한 빌드업일까? 이런 내용이 나온 이유는 뭘까?

26. 수호가 커밍아웃하고 오픈리 게이로 살겠다고 해서 흥수가 헤어지자고 한 장면부터 수호 연기의 어색함이 사라지고, 수호가 장국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27.

"오빠가 싫어해. 자기보다 커보인다고."


28. 재희와 흥수가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는 장면에서, 재희가 남들과 똑같은, '재미없는' 모습이 되어가는 것이 너무 잘 표현되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박상영 작가가 나와서 무거운 분위기를 조금 풀어줬다.

29. 재희는 갑자기 찾아온 흥수의 어머니에게, 자기가 영부인 사주라서, 주변에 있는 남자들이 다 잘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교회에 열심히 다니시는 어머님은 재희랑 같이 좋아한다.

30. 보일러가 고장나서 흥수와 재희가 같은 침대에서 잔 다음날, 재희가 "잘 잤어? 씨, 벨롬" 이라고 인사한다. 이 장면 짱 웃긴데 바로 다음에 하남자3이 나와서 흥수와 재희를 때린다. 이 영화는 계속해서 달콤한 장면(웃기거나 아름다운)과 짠 장면(폭력적이거나 슬픈)을 롤러코스터처럼 오간다.

31. 하남자3은 재희가 아이스를 좋아하는 줄도 모르고 카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준다. 재희는 흥수가 화나면 웃는 것도 아는것과 대비된다. 흥수랑 싸워서 경찰서 갔을 때 "나 변호사야~" 라고 하는 것도 진짜 하찮았다. 그런데 사실 저런 하남자 역할을 잘 하는 배우의 본체가 현실세계에서는 좋은 사람인 경우가 많다.

32.

"보호필름 떼고 하는거야, 사랑은. 이 겁쟁아"

33. "집착이 아닌건 사랑이 아니다" 이후에 왜 나왔는지 모르겠는 장면인데 흥수가 베란다에서 담배피는 장면보고 좀 민폐라고 생각했다.

34. 119에 전화할 땐 침착하게 주소부터 불러야 하는데... 만약 저런 상황이 나에게 닥친다면 나는 침착할 수 있을까?

35.

"복분자..."
"복부자상이요?"


36.

"서울에 씨발 방세가 얼만데. 우리가 이상해?"
"아니 전혀."


37. 경찰서에서 흥수가 본인이 게이라고 밝히는 장면은, 어떻게 보면  흥수의 첫 대국민(?) 커밍아웃인데 박수 받아서 좋았다.

38.

"네가 너인게, 네 약점이 될 순 없어."

39. 회식 장면에서 재희가 게이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지 말라고 하는데, 이 때 남성 동료를 바스트샷으로 잡아줘서, 나는 당연히 그 분이 게이인 설정일 거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재희와 결혼하게 될 줄이야.


40. 신부가 빨간 스니커즈를 신고 입장하는 결혼식 장면이 인상깊었다. 보통의 결혼식장은 1시간 단위로 예약이 잡혀있고 30분 예식-30분 사진촬영을 하기 때문에, 치울 시간이 부족해서 저렇게 컨페티를  못 뿌리는데...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41. 흥수가 결혼식 축가로, 춤을 추면서 Bad Girl, Good Girl을 부르는 장면은 영화를 보기 전에 유튜브 숏츠로 보고 갔었다. 그런데 흥수가 이렇게 과묵한 캐릭터일줄 몰랐다. 춤추며 노래하는 장면이 지금까지 나온 내용과 대비되었다 . 이렇게 춤을 춘게 감춰온 본인의 성격을 표현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친구를 위한 억텐이었을까? 아마도 원작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면 알 수 있을지도.

42. 재희는 신혼여행가면서 책상 위에 늘 올려두었던 자궁 모형을 한국에 두고 갔다. 이 자궁 모형은 재희가 임신중절이 필요해서 산부인과에 갔을 때, 폭언을 했던 의사에게서 도망치며 뽑아왔던 건데, 하남자3이 재희를 때릴 때, 이 자궁 모형으로 재희가 하남자3의 머리를 뒤에서 쳐서 쓰러트리고 근처 지구대로 뛰어간다. 가장 비참했던 순간에 얻어온 전리품이, 나중에는 자신을 향한 폭력을 잠깐 멈춰주는 도구가 된 것이라서 흥미로운 장치라고 생각했다.

43. 크레딧이 시작되기 전, 잠깐 쿠키영상이 나오는데, 재희가 흥수에게 소개팅할지 물어보는 장면이었다. 여기서의 대화도 너무 웃겼다.

"소개팅할래? 형사야."
"범인보다야 낫지."

Posted by 퍼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