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글2025. 5. 24. 23:53

어젯밤엔 3시가 다 되어갈 때 잠든, 금요일 밤이었다. 일찍 자는게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 12시가 돼서야 집에 들어왔고, 적당히 놀아줘야 또 삶의 낙이 있으니깐.

보통 야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울분에 찬 마음으로 트위터를 무한히 새로고침(a.k.a. 쓱뽕)하다가 내가 왜 사이버 자해를 하고 있나 생각이 들 때쯤 기절하듯 잠이 들곤 했는데 어젠 왠지 평소답지 않게 브런치에 들어가서 트위터에 비해 분량이 매우 긴 글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왠지 추천 알고리즘이 나르시스트 모친과 손절한 내용의 브런치북으로 나를 이끌었다. 피곤했으니 집중력이 떨어졌을 법도 한데, 브런치 작가님이 글을 몰입감있게 잘 쓰셔서 스물 몇 편의 글을 한번에 다 읽어버렸다.

첫 글을 읽기 시작했을 땐 '나르시스트? 나랑은 상관 없는 이야기겠구나.' 생각했는데 작가님이 모친에게 당한 폭력이나, 모친에게 들었던 말들이 내가 겪었던 것과 너무 비슷했다.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나르시스트는 내가 알던 사전적 의미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나르시스트는 아이브 노래같이 당당하고 자존감 높은 사람, 그런 건줄만 알았는데...

글을 읽으면서 오밤중에 정말 많이 울었고, 중간에 그만 읽고싶어지는 괴로운 지점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로판이나 무협지를 읽으며 모험 중 힘든 일을 겪는 주인공이 얼른 이 시기를 지나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빠르게 정주행하게 되는 것처럼, 작가님이 이 불행을 이겨내는 지점의 글을 읽고 싶다는 마음으로 계속 읽어나갔다.

작가님은 본인이 겪어온 폭력을 객관적인 기록자의 시선에서 기록하며 마음을 정리하려고, 그리고 자신과 같이 나르시스트에게 피해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깨달음을 얻어 얼른 탈출하길 바라며 글을 쓰게 된 것이라고 했다. 작가님 본인도 어떠한 우연으로 '나르시스트'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그에 대해 알려주는 책을 여러 권 읽었다고 했다. 앞서서 길을 닦아준 사람들이 있기에, 뒤에 있는 사람들이 편하게 따라갈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나도 내가 겪은 일을 기록하고,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봐야 할 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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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퍼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