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2017. 9. 16. 20:16

릴리안 생리대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된 것 때문에 온라인도, 오프라인도 시끌시끌하다. 몰랐는데 주변에 릴리안 생리대를 쓰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생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게 터부시되기 때문에 누가 무슨 생리대를 쓰고 있는지 알 기회가 없다가, 이번 일로 생리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게 되었다.


릴리안 생리대를 쓰는 사람이 많았던 건, 릴리안 생리대가 비교적 저렴한 생리대였고 할인, 증정 행사를 많이 했기 때문도 있었겠지만 '순수한 면' 이라는 브랜드명이 소비자들에게 '안전함'과 '깨끗함' 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 몸이 가장 민감할 시기에 내 몸에 직접적으로 닿아야 하는 제품이니 합성 화학물질이 들어간 생리대보는 순면을 쓰는 게 더 좋을 테니까. "내 몸을 위한 100% 순면커버"라고 하니까.


최근 발표된 여성환경연대와 김만구 교수의 실험 결과를 보면서, 많은 여성들은 도대체 어떤 생리대를 써야 하는 것일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생리대에서 독성물질이 발견되었다고 하고, 시험을 하지 않은 생리대도 안전함을 담보할 수 없으니까. 그렇다고 생리를 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나는 플레이텍스 탐폰을 약 1년간 쓰다가 몇 개월 전 생리컵에 완벽히 적응을 해서, 이런 걱정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있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화가 났다. 체온과 같은 온도의 항온 챔버에 생리대를 넣고 방치해서 휘발성유기화합물 농도를 측정하는 기본적인 실험 없이 생리대가 시판될 수 있었다는 것에 화가 났고, 그런 생리대를 내가 몇 년간 써왔던 것에 화가 났다. 심지어, 나는 좋은 품질의 생리대를 저렴하게 구입하는 현명한 소비자라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스무 살 때 생리량이 줄어들었음을 인지했던 것 같다. 중고등학생 땐 생리대를 하면 피가 새서 바지에 묻고, 오버나이트를 해도 피가 새서 이불에 묻고 그랬으니까. 일회용 생리대를 쓰면 피부가 짓물러서 이런 저런 생리대를 바꿔가며 써보다가 정착한 게 순수한 면 생리대였다. 생리대외의 선택지는 없었고. 그렇게 지속적으로 순수한 면 생리대를 쓰다가 어느 순간부터 중형 생리대를 하고 침대에 누워도 괜찮을 정도로 생리량이 줄었다. 나이를 먹으면 자궁 내벽의 두께가 줄어들어 생리량도 줄어든다길래 그런 건줄 알았다. 그렇지만 생리대를 탈수해서 생리량을 측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런 피해를 어떻게 공론화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생리대 피해사실이 과거엔 없다가 릴리안 보도 이후로 늘어났단 식으로 비꼬는 뉴스(생리대 부작용 신고 보름새 74건…위해성 논란 전에는 '0건')를 봤는데, 사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생리는 여성의 일, 그래서 사적이고 개인적인 일로 과소평가 되고, 부끄럽고 감춰야 할 일이라 많은 여성이 신체적 변화를 겪었어도 그 경험은 공론장에서 나눠지지 않는다. '다른 여성도 똑같이 겪는 피해 사실'이 아니라 '내 몸이 조금 이상한 것'이 된다. 게다가 '위생용품' 이라고 불리는 생리대에 독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고 기본적인 시험도 없이 시판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많은 여성이 이번 일을 계기로 일회용 생리대 사용을 멈추고 직구한 탐폰 또는 생리컵을 사용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독성 물질도 독성 물질이지만 생리혈이 체외로 배출되지 않으면 정말 편하고 좋으니까. 그렇지만 질에 무언가를 삽입하는 일은 여전히 한국 여성들에게 "무서운 일" 이다. 슬프다.

Posted by 퍼포린
후기2017. 9. 9. 17:59

생리컵 후기-① / 레나컵 실패기생리컵 후기- 블라썸컵 성공기 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6월 중순에 생리컵을 주문한 이후로 나는 6월과 7월, 두 번의 생리주기를 거쳤다. 그동안은 여름방학이었어서 나는 생리 기간 중에 생리컵을 착용한 채로 장시간 외출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항상 생리컵이 다 차기 전에 집 화장실에서 생리컵을 비울 수 있었다.


8월의 어느 일요일, 또 생리가 시작되었고 난 '첫날이니 별로 생리양이 많지 않겠지...!' 하며 블라썸컵 스몰을 장착하고 오전 11시쯤 외출을 했다. 어쩌고 저쩌고 일정을 소화하고 저녁 때쯤 상상마당시네마에서 하는 <꿈의 제인> GV에 갔다가 오랜만에 서울에 왔는데 그냥 집에 가기 아쉬워서 강남역 교보문고에 갔다. 생리컵을 착용하고 있었으니 생리중이란 사실을 까먹은 채로 뽈뽈거리며 교보문고를 돌아다니다 어느덧 저녁 8시 반이 되었다. 그 때 난 느꼈다. 뭔가가 다리 사이로 주르륵 흐르는 것을... 생리컵이 다 찬 것이었다.


나는 그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주르륵을 한 번 느낀 이후로 생리혈이 새는 것이 더 이상 느껴지진 않았지만 집까지 가는 데는 한 시간이 걸릴테고, 나는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어서 만일 일이 잘못된다면 길 한복판에서 공포영화를 찍는 일(과장임)이 생길지도 몰랐다.


그래서 교보문고 화장실에서 생리컵을 비우기로 했다. 밖에서 생리컵을 비울 일이 생길거란 생각을 하지 못한 채 나왔기 때문에 컵을 씻을 수 있는 물 같은 것이 없었다. 화장실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기 때문에 생리컵을 비우고 칸을 나와 세면대에서 생리컵을 씻고 바로 다시 칸에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이었다. 그래서 그냥 피가 꽉 찬 생리컵을 비우고 휴지로 대충 닦은 후 다시 착용했다. 그것이 비위생적이라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문제는 손에 피가 많이 묻었다는 것이었다. (생리컵을 쓰면 생리혈에서 악취가 나지 않아 손에 묻어도 더럽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손도 휴지로 대충 닦고 나가서 씻었다. 누가 볼까 걱정했지만 아무도 나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마도.


밖에서 생리컵을 비울 땐 생수 같은 걸 들고 들어가서 씻으면 된다던데 그것보단 물티슈가 있었다면 손과 생리컵을 편리하게 닦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무사히 생리컵을 비우고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빨간 버스를 탔다. 앞으로는 생리 때 물티슈만 있다면 밖에서 생리컵을 비우는 것도 할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언덕을 넘었더니 드넓은 평지가 나온 기분이었다. 나는 무사히 집에 도착했고 가방을 열었더니 그날 들고 나갔던 워터보틀에 먹다 남은 생수가 들어있는 것이 나왔다. 나는 그렇게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Posted by 퍼포린
후기2017. 8. 8. 16:17

생리컵 후기-① / 레나컵 실패기 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레나컵을 무사히 몸에서 빼냈지만 나는 다시는 레나컵을 쓰고 싶지 않았다. 잠이 깼을 때 느껴지던 그 이물감이 너무 괴로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다른 생리컵을 한 번만 더 시도해 보기로 했다.


네이버에서 여러 후기를 찾던 중, 중고나라에서 생리컵을 구매했다는 정보를 보고, 나도 중고나라를 뒤졌다. 누군가가 한 번 정도 착용하고 소독한 후 저렴하게 파는 컵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중고나라에 올라와 있는 생리컵들은 전부 포장을 뜯지 않은 새 상품이었다.


레나컵을 한 번 실패했으니까 더 말랑한 컵을 사봐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중고나라에서 블라썸컵(스몰, 블로썸컵)과 플뢰르컵(라지)을 주문했다. (가장 부드러운 컵을 1, 가장 단단한 컵을 10 이라고 했을때 레나컵의 경도는 5, 블라썸컵은 1, 플뢰르컵은 3이다.) 며칠 뒤 블라썸컵은 무사히 도착했지만 플뢰르컵은 옥천HUB에서 실종되었다...☆★ 사실 블라썸컵을 살 때 긴가민가하며 고민을 많이 했었다. 레나컵/디바컵/문컵/슈퍼제니/유니컵/루네트컵 등등 많은 생리컵을 접했지만 블라썸컵은 처음 들어봤기 때문이었다. 서치를 해보니 블라썸컵이 한국에서는 유명하지 않은 생리컵이지만 외국에서는 아주 유명하고 인기많은 생리컵이라 해서 의심을 풀고 사용해 봤다. (블라썸컵 공식홈페이지)

공홈에서 가져온 블라썸컵 사진. 평범하게 생겼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나는 블라썸컵을 시도하게 되었다. 펀치다운폴드로 시도를 했고, 말랑말랑한 컵이다보니 삽입을 시도하다가 질 입구에서 컵이 펴져버리는 불상사는 없었으나 정말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심리적 장벽이었다. 생리컵 입문기-생리컵 구매를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의 2번째 글을 보면 생리컵을 사기 전에 손가락을 질에 넣어서 포궁의 높이를 재보란 말이 나온다. 그리고 나는 질에 손가락을 끝까지 넣어도 아무것도 닿지 않는 높은 포궁의 소유자다. 블라썸컵을 접어서 쭉 밀어넣었더니 이내 손가락이 닿지 않는 곳까지 생리컵이 들어갔고 나는 무서웠다. 진짜 무서웠다. 


몇 번 실패 후에 용기를 내서 집어넣었고, 말랑한 컵은 잘 펴지지 않았다ㅠ 손가락으로 생리컵 둘레를 꾹꾹 누르면서 용을 썼더니 마침내 생리컵이 펴졌다. 어디선가 봤던 내용에 따르면 생리컵이 질 속에서 펴질 때 팡!! 소리가 난다는데 그런 소리는 나지 않았다. 말랑한 컵이라 그런지. (지금은 블라썸컵을 쓰기 시작한지 2주기가 지났고 두려움을 극복했기 때문에 질 속으로 깊게 밀어넣으면 블라썸컵이 알아서 잘 펴진다.)


생리컵이 몸 안에서 잘 펴져서 실링이 됐는지 확인하려면 꼬리를 잡고 당겨보면 된다는데, 블라썸컵은 꼬리를 당기면 (쑥 빠지는 건 아니지만) 조금씩은 딸려 나온다. 고통을 잘 참는다면 진공을 풀지 않고 쭉 당겨 빼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다. 생각만 했다.. 꼬리를 잡고 당겨보는 거 외에 내가 알아낸 방법은, 생리컵을 뺄 때처럼 응가하듯이 힘을 줘보는 거다. 생리컵이 잘 펴지지 않았거나 접힌 상태로 몸 속에 있다면 조금만 힘을 줘도 밑으로 쑥 내려온다. 반면에 잘 펴져서 진공 상태로 돼 있다면 힘을 줘도 생리컵이 조금만 내려온다. 블라썸컵이 잘 펴진 걸 확인하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순간 나는 생리중인 걸 잊어버렸다!!!!!


생리컵은 탐폰보다 백배 편했다. 내가 예민해서인지 탐폰(플레이텍스)을 사용해도 방광압박을 느끼는데 말랑한 블라썸컵을 쓰니까 방광압박도 없었고 실 땜에 거슬리는 느낌도 나지 않았다. 방광압박이 없으니 생리중에 헬스장에 가서 격한 운동을 해도 불편하지 않았다. 탐폰이나 생리대를 쓸 때 나는 냄새도 나지 않는다. 대소변을 볼때도 너무너무 편했다!! 탐폰을 쓰면서 화장실에 갈 땐 실에 묻을까봐 불안하니까. 그리고 생리컵을 써도 조금씩 피가 새서 팬티라이너와 함께 써야 했지만 탐폰 실의 모세관 현상 때문에 지속적으로 생리혈이 새는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결정적으론 밤에 잘 때 너무 편했다. 너무 편해서 나는 블라썸컵을 착용하고 잔 첫날 밤에 12시간을 넘게 자버렸고 아침에 화장실에서 공포영화를 찍어야 했지만 말이다....그러니 생리컵을 하고 잘 때는 적당히 자는걸로 해야겠다..


블라썸컵을 뺄 때도 레나컵과 똑같이 빼면 되지만 (레나컵 실패기 참고) 생리컵 밑동을 잡고 C자형으로 접으면서 빼낼 때 밑동의 그립감이 레나컵에 비해 좋지 않았다. 마찰이 적어서 착 감기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그 점만 빼면 블라썸컵은 나의 골든컵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고, 스몰 사이즈 하나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이 들어 미국 아마존 에서 라지 사이즈를 추가로 구매했다. (한국 직배송이 불가능해서 몰테일 뉴저지 센터로 배송대행을 해서 구매했다. 배송비는 $9 나왔다. 공식 홈페이지에선 직배송을 해주는 것 같았지만 생리컵 가격이 좀 더 비쌌다.) 블라썸컵 라지는 스몰보다 5ml 정도의 생리혈을 더 수용한다. 앞으론 제법 쾌적한 생리기간을 보낼 것 같다. 생리컵을 자주 비울 필요도 없을거고.


블라썸 컵 라지


블라썸컵 라지 패키지에 딸려온 설명서에 있던 사이즈 가이드


생리컵 가격도 가격이지만, 아직 수입이 원활하지 않아서 해외 직구로 생리컵을 사와야 하니까 배송비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생리컵을 살 땐 신중하게 사야만 한다. 조만간 한국에서 생리컵이 제작되고 수입도 된다면 편하게 살 수 있겠지만. 어쨌든 나의 레나컵은 처치곤란이 되었다...


만약 생리컵에 이제 입문하려 하는, 높은 포궁인 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나는 입문용으로 디바컵(경도 3), 플뢰르컵(경도 3), 아이리스컵(경도 1.7)을 추천하겠다. 너무 말랑하면 잘 안 펴지니까 불편하다고 하고 단단한 컵은 아프니깐. 사실 잘 안 펴지는 게 큰 걸림돌이 되는 건진 잘 모르겠다. 나는 질에 손가락을 넣는 것에 거부감도 없고, 어찌저찌 잘 누르면 생리컵이 펴지게 되어있으니까. 지금은 마구 누르거나 하지 않아도 생리컵이 잘 펴진단 걸 알지만.

Posted by 퍼포린
후기2017. 7. 31. 17:28

지인 중에 본인이 생리컵을 쓴다고 한 사람이 두 명 있었다. 둘은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공교롭게도 레나컵을 쓰고 있었던 사람이었고, 내가 생리컵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면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그리고 꼭 끝맺음엔 "너도 꼭 생리컵 써봐."가 나왔다.


팔랑팔랑거리고 있던 차에 네이버 스토어팜에서 생리컵 판매처를 찾은 친구가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 함께 주문을 하자고 했다. 그래서 샀다, 레나컵! 인터넷의 여러 정보들을 보니 제법 저렴하게 산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했다. (구입처 링크)

 

레나컵 라지& 스몰 세트


레나컵은 약간 낮은 포궁~높은 포궁에게 적합한 컵이고, 가장 부드러운 컵을 1, 가장 단단한 컵을 10 이라고 했을때 레나컵은 5 정도 경도라고 한다. 주워들은 바로는 생리컵 헤비 리뷰어가 개발에 참여했다고 하니 믿고 써볼만하다 생각했다..........


처음에 생리컵을 접하고, 구매를 염두에 두지 않고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볼 땐 내가 높은 포궁의 소유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왜냐면 높은 포궁인 사람들은 길고 큰 컵을 사용할 수 있어서 생리컵을 자주 비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탐폰도 처음부터 불편함 없이 잘 사용했으니까 생리컵도 잘 쓰겠지 뭐. 이런 생각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도 오산이었다....


생리컵 입문자는 적당히 단단한 컵을 써야 삽입했을 때 잘 펴져서 레나컵 정도의 컵을 많이 추천한다고 하던데 나에게 레나컵은 너무나도 단단했다. 생리양이 많아서 생리컵이 쑥 들어간다고 하는 생리 2일차에 레나컵 스몰 사용을 시도했다. 단단한 컵을 접어서 질에 삽입하는데는 손아귀 힘이 많이 필요했다. 자꾸만 레나컵은 질 입구에서 펴졌고 그것은 지옥의 고통이었다. 자꾸만 실패해서 너무나 아팠다. 다리도 후들후들 떨렸다. 그렇게 1차 시도는 실패였다.


그 날 저녁엔 술을 많이 마시고 들어와서 정신이 없었고 용기가 샘솟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생리컵 삽입을 시도했다. 술에 취해 감각이 무뎌져서인지 용기가 생겨서인지 나는 레나컵 삽입을 성공했고 편안하게 잤다. 정말 편했다. 내가 생리컵을 쓰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가 최대 12시간까지 착용이 가능하니까 잘 때도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점이었다. 탐폰은 독성쇼크증후군의 위험 때문에 최대 6시간까지만 사용해야 하고 나는 6시간 넘게 자니까. 아무리 큰 오버나이트 생리대를 착용해도 이따금 피가 이불에 묻고 축축하고 찝찝하니까. 그리고 그 날 밤 나는 두 번 깼고 이물감인지 방광압박인지 모를 느낌을 느꼈다.


아침이 되고 생리컵을 뺄 때가 되었다. 나는 또 다시 지옥을 맛봤다. 난 높은 포궁이고 생리컵은 밑동에 겨우 손가락이 닿을 정도로 위쪽에 있었다. 손가락으로 생리컵 밑동을 누르면 진공이 풀리긴 커녕 생리컵이 마구 도망가서 질 근육의 탄력성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왜 내가 생리컵을 쓴다고 한건지 깊은 후회를 했지만 후회해봤자 시간을 돌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침대에 눕기를 몇 번 반복했다. 마지막이 될 줄 몰랐지만 마지막으로 침대에 누웠을 때, 페북에 생리컵을 못 빼겠단 글을 올렸더니 페친들이 "똥싸듯 힘을 줘보세요!!!" 라는 댓글을 남겨주었고(감사합니다) 나는 똥 싸는 느낌을 내기 위해 변기에 앉아서 힘을 줬고 몸 밖으로 나온 생리컵 밑동을 마주할 수 있었다. 레나컵의 꼬리와 밑동의 돌기는 굉장히 그립감이 좋았고 난 무사히 레나컵을 빼낼 수 있었다. 레나컵과 나의 인연은 거기까지였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Posted by 퍼포린
후기2017. 7. 14. 00:12

생리컵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열이면 열, "생리컵 너무 좋아, 너도 꼭 써!" 라고 말한다.

하지만 뭐든지 첫 시도는 어렵다. 심리적인 이유도 클거고, 초기 비용이 비싸서 신중하게 구매해야 한다. 직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배송비도 비싸다. 곧 국내에도 생리컵이 정식 수입된다고 하니 좀 더 쉽게 생리컵을 구하게 되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나는 인터넷에서 생리컵에 관한 정보, 사용법들을 아주 꼼꼼히 찾아봤었다. 그리고 나와 비슷하게 생리컵 구매를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 첫 생리컵 구매 전 크게 도움이 되었던 사이트를 모아서 포스팅해놓기로 했다.


1. 생리컵의 장단점과 의문 불안에 대한 답가 (블로그 포스팅)

-이 블로그에 있는 글들이 정말 상세하고 큰 도움이 된다. 이 포스팅은 버진이 써도 되는지(당연 된다), 피가 역류하진 않는지, 비위생적이진 않은지 등등의 오해를 풀어주는 내용이다.


2. 자신에게 맞는 생리컵을 고르자! "나의 골든컵 찾기" (블로그 포스팅, 필독!)

-생리컵을 고를 때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가 이 게시글에 다 있다.

-먼저 생리컵을 고를 땐 포궁경부의 높이를 생리중에 재봐야 한다. 

• 손가락 전체가 다 들어가도 끝에 뭐가 닿지 않으면 = high cervix 높은 포궁
• 손가락 대부분 넣어서 닿으면 = normal cervix 보통 높이 포궁
• 손가락 일부 넣었는데 닿으면 = low cervix 낮은 포궁 약 5센치 이하

-포궁경부의 높이를 알게 되었으면 생리혈의 양, 생리컵의 경도를 고려해서 생리컵을 고르면 된다.


3. 생리컵은 어디서 구매하나요?(feat.생리컵 브랜드별 특징) (블로그 포스팅)

-2번 글을 읽었으면 3번 글에서 여러 종류의 생리컵을 비교해보며 본인에게 맞는 생리컵을 찾아보면 된다. 구매처도 함께 나와있다.


4. 생리컵 사용법 (유투브 영상)

-생리컵 사용법을 유리병을 이용해 보여주는 동영상.(성격이 급하다면 2분부터 시청!)


5.생리컵, 넌 뭐니? (유투브 영상)

-프란(PRAN)에서 제작한 영상인데 4번의 영상과 내용은 같은데 더 짧다. 어차피 나같은 사람이라면 둘 다 보게 되겠지만.


6. 생리컵 빼는 게 어려우신 분 보세요 (유투브 영상)

-결과적으로 나한텐 별로 도움이 안 됐지만,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 영상을 보고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요약하자면 생리컵을 뺄 때 진공이 잘 안풀리면 컵을 비틀어서 바로 변기에 생리혈을 버리면 된다는 내용.


7. 월경컵 - 페미위키

-생리컵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가 나와있다. 페미위키의 좋은점은 글의 링크를 통해 다른 글로 넘어가기가 쉽다는 것!

-월경컵 비교표 문서에는 다양한 생리컵을 비교한 정보가 있다.

-분류:성격/월경컵 문서를 보면 페미위키에 작성된 모든 종류의 생리컵 링크가 있고, 링크로 들어가면 생리컵 공식홈, 사이즈, 색상 같은 정보들이 나와있다.


8. 네이버 블로그의 생리컵 후기들

-7번까지의 사이트를 다 보고, 사고 싶은 생리컵 후보들이 생겼을 때 생리컵 이름을 네이버에 검색했다. 생각보다 많은 후기가 블로그에 올라와 있었는데, 아직 생리컵 국내 판매처가 없어서 블로그 검색결과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바이럴 마케팅 게시글이 하나도 없어서 너무 좋았다.


Posted by 퍼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