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나의 토요일 루틴이 이랬다. 금요일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뭔가 아쉬운 마음, 그냥 이렇게 잘 수 없다는 마음이 있었고 그래도 2시에는 자야지 하고 생각해서 침대에 누워서 인터넷 세계를 떠돌다가 해뜨는 걸 보고 잤다. 완결된 웹소설을 정주행 하거나, 트위터에서 무한쓱뽕을 하거나, 그것조차도 질리면 평소엔 잘 열어보지 않던 메일함을 정리하고 뉴스레터를 읽기도 했다. 이것은 디지털 자해 아닌가 생각이 들 때쯤이면 끄고 잠을 잤다. 그러면 오후 1시에서 2시쯤 일어나서 무기력하게 누워 있다가 저녁만 먹고 다시 밤 늦게 자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오늘 할 일을 시간에 따라 계획해놓고 잠들었고, (잠에서 깨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웹소설 타임을 1시간 정도 가지는 바람에 모든 계획이 1시간 정도 늦춰지긴 했지만) 점심 먹기 전에 헬스장에 다녀와서, 집에서 점심도 해먹고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이 있어서 간단한 데이터 분석도 했다. 웹자보를 만들 일이 있어서 파워포인트로 웹자보도 만들었다. 백화점에 가서 이번 여름에 신을 샌들도 샀다. 신고 오래 걸어도 편하도록 운동화 회사에서 나온 샌들을 골라서 샀다.
그렇게 분주하게 움직였음에도 내가 계획했던 모든 일을 해내진 못했다. 일본어 공부도 못했고, 여러 편의 글을 쓰려고 주제를 정해 놓기도 했는데 하나도 손을 못 댔다. 사실 이번 대선에 대한 소회를 좀 쓰고 싶었는데 말이 길어질 것 같아서 시작조차 못했고, 샤워를 끝내니까 11시 40분이었어서 오늘의 백글도 그냥 빨리 쓸 수 있는 이야기로 어영부영 채우고 있는 중이다. 주말의 좋은 시간은 역시 정말 빨리 흘러갔다.
아마 중간중간 쉬어줬던 시간이 없었더라면 하려고 했던 걸 다 했을 것 같은데 내일 하루 종일 야외 활동을 할 예정이라서 체력을 많이 비축해놔야 했다. 틈틈히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피크민 버섯 전투도 하면서 쉬어줬다. 그래도 무기력하게 하루를 날리진 않아서 푹 잘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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