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글2025. 6. 14. 23:59

예전엔 나의 토요일 루틴이 이랬다. 금요일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뭔가 아쉬운 마음, 그냥 이렇게 잘 수 없다는 마음이 있었고 그래도 2시에는 자야지 하고 생각해서 침대에 누워서 인터넷 세계를 떠돌다가 해뜨는 걸 보고 잤다. 완결된 웹소설을 정주행 하거나, 트위터에서 무한쓱뽕을 하거나, 그것조차도 질리면 평소엔 잘 열어보지 않던 메일함을 정리하고 뉴스레터를 읽기도 했다. 이것은 디지털 자해 아닌가 생각이 들 때쯤이면 끄고 잠을 잤다. 그러면 오후 1시에서 2시쯤 일어나서 무기력하게 누워 있다가 저녁만 먹고 다시 밤 늦게 자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오늘 할 일을 시간에 따라 계획해놓고 잠들었고, (잠에서 깨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웹소설 타임을 1시간 정도 가지는 바람에 모든 계획이 1시간 정도 늦춰지긴 했지만) 점심 먹기 전에 헬스장에 다녀와서, 집에서 점심도 해먹고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이 있어서 간단한 데이터 분석도 했다. 웹자보를 만들 일이 있어서 파워포인트로 웹자보도 만들었다. 백화점에 가서 이번 여름에 신을 샌들도 샀다. 신고 오래 걸어도 편하도록 운동화 회사에서 나온 샌들을 골라서 샀다.

그렇게 분주하게 움직였음에도 내가 계획했던 모든 일을 해내진 못했다. 일본어 공부도 못했고, 여러 편의 글을 쓰려고 주제를 정해 놓기도 했는데 하나도 손을 못 댔다. 사실 이번 대선에 대한 소회를 좀 쓰고 싶었는데 말이 길어질 것 같아서 시작조차 못했고, 샤워를 끝내니까 11시 40분이었어서 오늘의 백글도 그냥 빨리 쓸 수 있는 이야기로 어영부영 채우고 있는 중이다. 주말의 좋은 시간은 역시 정말 빨리 흘러갔다.

아마 중간중간 쉬어줬던 시간이 없었더라면 하려고 했던 걸 다 했을 것 같은데 내일 하루 종일 야외 활동을 할 예정이라서 체력을 많이 비축해놔야 했다. 틈틈히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피크민 버섯 전투도 하면서 쉬어줬다. 그래도 무기력하게 하루를 날리진 않아서 푹 잘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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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퍼포린
아주짧은글2025. 6. 13. 23:15

작년에 인생 처음으로 스마트워치를 샀고, 잘 때 시계를 차고 자는 것이 정말 이상하고 불편하고 거치적거린다고 생각했지만, 1년 동안 스마트워치로 수면 기록을 해왔더니 잘 잤는지 기록하는 것이 이제는 익숙해졌다. 작년엔 평균적으로 하루에 6시간 정도를 잤었는데, 오늘 확인해보니 지난 12개월간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32분, 지난 한 달간은 6시간 43분, 이번 주 평균은 무려 7시간 10분이다. 비록 주중의 수면 시간은 짧고, 주말은 길어서 맞출 수 있었던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장족의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주는 커피를 두번 정도밖에 마시지 않았더니 정말 잘 잤고, 늦게 잠든 날은 내 몸이 알아서 늦잠을 자줘서 굉장히 개운하고 맑은 정신으로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늦게 출근하기도 했다.

사실 올해 들어 수면시간과 근무시간이 함께 늘었지만 하루가 24시간인 것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다른 것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 업무 이외에 다른 것을 하는 시간을 많이 줄였는데,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은 덕질에 쓰는 시간이다. 나는 T자형 덕질(General한 지식이 있되 한 가지에는 전문성을 가진다는 'T자형 인재'에서 따와서 내가 만든 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깊게 덕질하는 상대의,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는 떡밥은 모조리 주워먹는 편이었다. 심지어 해외투어 비하인드도 빠지지 않고 다 봤는데 지금은 드라마 비하인드와 올해 나온 자컨 조차도 못본 것들이 몇 개 있다.

그리고 일본어 공부도 영 못하고 있다. 맨날 가기 싫다고 투덜거리면서 스터디는 안 빠지고 들어가긴 하는데,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거의 없다. 구몬도 진도만 나가고 복습이나 단어 외우기를 하지 않는다. 작년엔 일주일에 60장씩 구몬 진도를 나가면서 따로 필기 노트를 만들어서 복습까지 했었는데... 돈 내고 배우는건데 돈이 아까우니 열심히 했던건데 이제 돈보다 시간과 체력이 좀 더 아깝나보다.

백글도... 한번 빼먹으면 왠지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졸리고 피곤한 걸 참고 꾸역꾸역 쓴 적도 몇 번 있었는데 6월 들어서는 2번이나 빼먹었다. 하지만 피곤하니까 때때로 농땡이도 치는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가늘고 길게 살아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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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퍼포린
아주짧은글2025. 5. 27. 23:27

오늘도 점심시간에 일본어 스터디를 하고 왔다. 스터디 시간이 끝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의에 찬 마음으로 점심밥을 먹었다.

스터디를 신청하기 전까지 할지말지 고민했었는데, 역시 신청하길 잘한 것 같다. 1시간의 점심 시간은 충분히 휴식하기엔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쪼개서 어학 공부를 하게 만드는건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싶어서 신청을 망설였다.

그래도 위장이 고장나면서 식욕이 많이 줄어서 밥 먹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기도 하고, (럭키비키정신을 갖자) 지금보다 일본어를 더 잘 해서 덕질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일본어를 배워놓고 공부를 지속하지 않아서 까먹게 되면 아깝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스터디를 시작했었다.

그리고 오늘 공부를 끝내고 나니까 역시 신청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공부하는 분들이 다들 실력이 좋으셔서, 이 분들과 같이 수업을 들으며 따라가려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싶었다. 작년에 자격시험이 끝나고 목표가 없어서 루즈해졌는데 굉장히 가까운 곳에서 자극을 받은 느낌이랄까.

보통 스터디는 선생님이 일본어로 질문을 하고(어떤 질문을 할 예정인지 미리 알려주신다), 스터디원들이 일본어로 답하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오늘 관찰했던건 유창하게 대답하는 다른 분들도 어느 정도는 미리 답변을 준비해서 말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은 내 대답을 생각하기에 바빠서 다른 분들이 어떻게 하는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오늘 보니까 아예 다 써온 걸 읽는 분들도 계셨다. 내가 그간 뚝딱거렸던건 예습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였고, 퇴근 후에 좀 더 시간을 내어 준비해간다면 나도 다른 스터디원들처럼 유창하게 말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열심히 공부해서 내한공연에 통역이 없어도,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한국어 자막이 안달리는 일본 예능에 나와도 다 알아듣는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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