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글2025. 6. 29. 22:56

요즘 트위터에서 내 타임라인의 반은 러브버그가, 나머지 반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차지하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빨리 보고 싶었지만 사실상 주말이 아니면 시간이 나지 않을 것 같아서 지난 주 내내 주말만을 간절히 기다렸는데 그냥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하다 보니까 이틀이 훅 지나가버렸다.

주말 이틀동안 점심과 저녁을 해먹고, 설거지하고, 샤워하고 일기쓰고(백글 말고 손으로 일기장에 쓰는 것), 가계부 정리하고 헬스하고 근육통으로 아파했다. 이제부터 규칙적인 삶을 살아보려고 마이루틴 어플을 깔고 항목을 정리하기도 했다. 작고 일상적인 것들은 해냈는데 영화 보기나 일본어 공부 같은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활동들은 전혀 하지 못했다. 쉬라고 있는 주말인데 어떠한 활동들로 꽉꽉 채워넣으려고 애쓰지 않는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빨리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고 영화 이야기에 나도 끼고싶다...

사실은 오늘 백글도 좀 더 품을 많이 들여야 하는 주제로 쓰고 싶었다. 오늘은 오전 시간이 비어있는만큼 오전에 글을 쓰고 편안한 하루를 보내려고 했는데, 늦잠 자고 밥먹고 꾸물거리다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고, 지금은 11시 10분 전인데 그냥 누워서 잠들고만 싶다. 예전 같았으면  가장 재미있게 놀고 있을 시각인데 그래도 오늘 밖에서 많이 걸어다녔던 것 덕인지, 아니면 목요일에 했던 러닝과 토요일 오전에 했던 근력운동의 여파 덕인지 졸음이 몰려온다. 하려고 계획했던 것들을 다 하지 못한 날이면 아쉬운 마음에 잠을 청하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오늘이 그런 날임에도 이렇게 졸린 건 올해 들어서 일찍 자려고 계속 노력했기 때문인걸까.

아마 내일 일본어 스터디에 가면 선생님이 주말에 뭐 했는지 분명히 물어보실 텐데, 계획했던 영화는 못 봤고 밥먹고 설거지하다보니 이틀이 다 지나갔다고 대답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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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퍼포린
아주짧은글2025. 6. 28. 23:48

자본주의는 자연스럽게 도달하기 힘든 미(美)의 기준을 지정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꾸밈에 많은 돈을 쓰도록 유도한다. 가령, 동아시아에서는 하얀 피부를 가져야 예쁜 것인데, 유럽이나 미주 등에서는 태닝한 구릿빛 피부가 건강하고 아름답다고 여겨진다. 이 나라에서도, 저 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돈을 들여 미백 시술을 받거나 태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머리 모양 역시도 돈이나 시간을 쓰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없는 미의 기준 중 하나다. 친구들과 미용실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곱슬머리인 친구는 그냥 두면 산발 같아 보이는 머리가 싫다며 매직 스트레이트 파마를 하고, 직모인 친구는 머리에 볼륨이 없고 착 달라붙어보이는 걸 피하려고 주기적으로 미용실에서 파마를 한다고 했다. 꽤나 곱슬거리는 머리를 갖고 있는 나는 그 당시엔 커트 이외에 머리에 뭔가를 하진 않았지만, 머리를 감고나면 차분해 보이도록 손질하는데 꽤나 시간을 쓰곤 했다. 결국 우리 중 누구도 원래의 머리를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 없었고, 머리 모양을 바꾸는데 시간과 돈을 많이 쓰고 있었다.

대학생 때까지 다녔던, 커트가 1만원이었던 미용실이 문을 닫은 이후로 나는 미용실 유목민이 되었는데, 가는 미용실마다 커트만 하면 곱슬머리셔서 매직을 하는게 좋을 것 같단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손질하는데 시간도 덜 들고 빨리 말라서 좋을 거라고. 일단 생각해본다고 하고 집에 돌아와 가격을 찾아봤는데 비싸야 2만원인 커트에 비해 매직은 15만원부터 시작이었다. 그정도면 콘서트를 1번 다녀올 수 있는 큰 돈인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내 머리를 고치는(?) 데 그렇게 큰 돈을 써야한다니.

어제는 우연히 '탈매직'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어서, 그 키워드로 검색을 하다가 곱슬머리인 사람들이 모인 카페를 알게 되었다. 카페에 들어가보니 곱슬머리에도 유형이 있다고 했다. 30년을 곱슬머리로 살았는데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봐서 아주 흥미로웠다. 시간날 때마다 찬찬히 흝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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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퍼포린
아주짧은글2025. 6. 27. 22:26

재작년 정도까지 나는 내가 예민한 편에 속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다. 아마도 내가 좋아해서 가까이하는 친구들과 애인이 나보다도 예민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스스로가 예민하다는 걸 자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예민한 편이라는 걸 자각하게 된 터닝포인트 같은 것은 없었지만, 굳이 계기를 찾아보자면 "신경쓰지 마세요"라는 말을 들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때 같이 일했던 상사는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었고, 굉장히 권위주의적이었다. 나보다 10년 정도 일찍 입사한 선배는 옛날엔 그분이 후배를 때리는 분이었다고 이야기해줬다. 하지만 나는 딸 같아서 제법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 같다고 했다.

그 상사는 면담을 할 때마다 네가 잘하는 게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직접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옆 부서의 박과장이나 강대리는 씩씩하게 알아서 일을 잘 하니까 나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몇 달 뒤에 박과장님과 점심을 먹게 되었고, 나는 상사가 그런 말을 했는데 어떻게 하면 박과장님처럼 될 수 있을지 물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는, 상사가 ㅇㅇ사원(나)은 딱히 뭘 가르치지 않아도 알아서 일을 잘 하는데 박과장은 왜 그렇게 못하냐고 했다고 말씀해주셨다. 순간 어이도 없었고, 이간질 시키려 한건가 싶어서 조금 화가 났다. 박과장님은 내가 기분 나빠하는 걸 보며 "신경쓰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유감이지만 나는 "신경쓰지 말라"는 말이 타인의 감정을 알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감정 표현을 자제하라는 뜻으로 하는 종종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박과장님은 무던하고 나는 예민하다는 것을 그 순간에 알아차리게 되었다. 몇 명 없는 여성 직원 중 한 분이지만, 박 과장님과도 그닥 코드가 맞지 않을 수 있겠다는 것도 그 때 알았다.

그 후에, 내가 사실은 남들보다 예민한 편인 것 같다고 애인님과 다른 친구 1명에게 이야기했는데 그걸 아직까지 모르고 살았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 빼고는 다 알고 있었던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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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퍼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