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글2025. 5. 25. 22:25

주말 이틀 동안 합쳐서 스무 시간 이상은 잔 듯하다. 그래서인지 토요일 일요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일요일인 오늘은 일종의 악몽을 꿔서 일곱시 반에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어서 열두 시에 일어났다.

오늘 꿨던 꿈은, 친구를 리뷰하는 웹사이트가 생겼고 대학 동기 몇 명에 대한 안좋은 리뷰를 남겼는데 익명으로 댓글을 단다는 게, 실명으로 남겨버려서 동기들이 나에게 실망이라고 하고 내가 예전에 그들에 대한 험담을 블로그에 썼던 것까지 파묘되어 욕을 먹는 꿈이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정말 개꿈이지만, 생생한 꿈이었어서 괴로워하면서 눈을 떴다. 그리고 나는 본인이 바로 볼 수 있는 공개적인 곳에 악담을 남길 사람이 아니니까 이것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니고 꿈이라고 되뇌었다. 지금은 연락도 잘 안하고 별로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꿈에 나오다니.

꿈까지 꿀 정도로 오래 잤는데 사실 별로 피로 회복이 된 느낌은 아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무기력하다. 아니, 하고 싶은 건 많은데 그냥 자고 싶다. 나에게 자유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오늘 원래는 미뤄뒀던 여러 후기들... 영화 콘클라베와 플로우를 보고 왔던 것, 최근에 읽었던 책, 맛있었던 식당, 공연을 보고 왔던 것 중 하나를 쓰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이렇게 짧은 일기를 쓰는 것보다는 후기를 쓰는 데 품이 더 많이 들어서 그냥 포기했다. 작년부터 소재가 쌓여있는데 언제 다 써낼지 걱정이다. 누가 쓰라고 시킨 건 아니지만, 나는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쓰고 싶은데 어째서인지 너무 힘이 없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부터는 다시 5일간 출근을 해야한다. 정말 거짓말 같다. 어차피 퇴근 시각은 정해져 있으니 회사에서 최대한 힘을 빼고 있으려고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긴장을 풀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난 차라리 집중력을 100% 발휘해서 빨리 일을 끝내고 빨리 집에 오고 싶은데 그러면 또 관리자가 보기엔 노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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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퍼포린
아주짧은글2025. 5. 24. 23:53

어젯밤엔 3시가 다 되어갈 때 잠든, 금요일 밤이었다. 일찍 자는게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 12시가 돼서야 집에 들어왔고, 적당히 놀아줘야 또 삶의 낙이 있으니깐.

보통 야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울분에 찬 마음으로 트위터를 무한히 새로고침(a.k.a. 쓱뽕)하다가 내가 왜 사이버 자해를 하고 있나 생각이 들 때쯤 기절하듯 잠이 들곤 했는데 어젠 왠지 평소답지 않게 브런치에 들어가서 트위터에 비해 분량이 매우 긴 글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왠지 추천 알고리즘이 나르시스트 모친과 손절한 내용의 브런치북으로 나를 이끌었다. 피곤했으니 집중력이 떨어졌을 법도 한데, 브런치 작가님이 글을 몰입감있게 잘 쓰셔서 스물 몇 편의 글을 한번에 다 읽어버렸다.

첫 글을 읽기 시작했을 땐 '나르시스트? 나랑은 상관 없는 이야기겠구나.' 생각했는데 작가님이 모친에게 당한 폭력이나, 모친에게 들었던 말들이 내가 겪었던 것과 너무 비슷했다.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나르시스트는 내가 알던 사전적 의미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나르시스트는 아이브 노래같이 당당하고 자존감 높은 사람, 그런 건줄만 알았는데...

글을 읽으면서 오밤중에 정말 많이 울었고, 중간에 그만 읽고싶어지는 괴로운 지점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로판이나 무협지를 읽으며 모험 중 힘든 일을 겪는 주인공이 얼른 이 시기를 지나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빠르게 정주행하게 되는 것처럼, 작가님이 이 불행을 이겨내는 지점의 글을 읽고 싶다는 마음으로 계속 읽어나갔다.

작가님은 본인이 겪어온 폭력을 객관적인 기록자의 시선에서 기록하며 마음을 정리하려고, 그리고 자신과 같이 나르시스트에게 피해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깨달음을 얻어 얼른 탈출하길 바라며 글을 쓰게 된 것이라고 했다. 작가님 본인도 어떠한 우연으로 '나르시스트'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그에 대해 알려주는 책을 여러 권 읽었다고 했다. 앞서서 길을 닦아준 사람들이 있기에, 뒤에 있는 사람들이 편하게 따라갈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나도 내가 겪은 일을 기록하고,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봐야 할 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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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퍼포린
아주짧은글2025. 5. 23. 23:29

역시 금요일 밤엔 야근이다. 집에 도착하면 12시가 넘을지도 모르겠어서 급하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월화수목요일에 야근하면 다음날 출근을 걱정해야 하는데, 금요일에는 걱정하지 않고 늦잠을 자도 되니깐 마음 편하게 야근하게 되는 듯하다. 그래서 늦게까지 사무실에 사람들이 많았고, 심지어 내가 마지막으로 퇴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5월 첫째주 금요일에 야근했을 땐 너무너무 억울했고 집에가서 조금 울었는데 사실 지금은 그렇게 슬프고 그렇지는 않다. 사실 이번 달엔 4월보다 야근을 많이 하진 않아서 약간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고, 오늘 야근한만큼 다음주의 퇴근 시간이 빨라질거라 생각하니까 그냥 설렁설렁 일해서 소요시간을 열심히 늘렸다. 너무 농땡이를 피웠는지 예상했던 퇴근 시간보다 1시간 정도 더 늦었지만 뭐. 그러게 누가 야근을 강요하래. 대학생 때 캐드를 배웠었는데, 학원 강사님이 손이 빨라야 퇴근을 빨리 할 수 있게 된다고 하셨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차피 퇴근은 못하는건데 손이 빠르면 일이 늘어나기만 할뿐이다. 좋은 부서장을 만나면 빨리 일하고 빨리 퇴근하는 게 가능하겠지만. 사실 노동법상 10시 이후에 노동한다면 시급이 1.5배가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야간근로수당을 받으려면 따로 신청해서 부서장님 결재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 부서 선배들도 눈치보여서 신청하지 않는다고 했기도 하고. 그냥 좀 인사팀에서 알아서 해주면 안될까. 나같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신청해야 받을 수 있게 해놓은 거겠지... 그래야 급여로 나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역시 오늘 알게된 건 야근하는데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더 억울해진다는 것이다. 오늘은 애인님이 야간 근무를 하는 날이라 야근한 것에 대한 불만이 크진 않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줄진 않았으니까. 나보다 늦게 퇴근하시는 분들은 가족이 보고 싶진 않은지 궁금하지만 직장 동료에게 하기엔 무례한 질문인 것 같아 입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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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퍼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