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 없이 무료함을 즐기는 주말, 인스타 돋보기탭을 보다가 '신혼여행은 무조건 휴양지로 가라'라는 썸네일을 클릭해보았다. 여행사 계정에서 휴양지로 분류되는 여행지를 추천해주는 게시글이었다. 별로 인상깊지 않았던건지 어떤 곳들이 소개되어 있었는지 크게 기억나진 않지만 다낭, 괌 같은 해변 도시들이 소개되어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결혼식을 준비하는 커플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헤메를 받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보면 피곤해지기 때문에 많이 걷지 않아도 되고 쉬어갈 수 있는 여행지를 추천해주는 것이겠지.
나도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휴양지 여행은 별로 가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반년간 교환학생으로 유럽에 살면서, 유럽여행을 많이 했었는데 오페라, 뮤지컬,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는 걸 가장 좋아했고 저녁이면 도시 이곳저곳의 바에 가서 모르는 사람들과 스몰토크 하는 걸 즐겼었다. 미술관도 많이 갔는데 그땐 기독교에 거부감이 심했어서 성화를 빼고 전체 전시품의 3분의 1정도만 감상하곤 했었다.
살면서 휴양지라 할 만한 곳을 딱 한번 가본 적이 있는데,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이었다. 혼자 갔던 여행이었고 이아마을의 석양이 아름답다고 해서, 산토리니의 동키 맥주를 한병 사서 호텔 선베드에 누워 석맥(!)을 할 계획이었다. 분명 그랬는데... 어쩌다보니 나는 호텔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식당에서 와인을 많이 마셔서 만취했고, 길을 못 찾아서 힘겹게 호텔로 돌아갔었다. 그땐 '도파민 중독'같은 단어는 없었지만 나는 그때부터 도파민을 찾는 사람이었고 휴양지에서조차 도파민을 창조해냈네.
그러고보면 휴양지란 무엇일까. 보통은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수욕장이 있는 도시에 가서 스노쿨링이나 수상레저를 즐기는 여행을 휴양이라 부르던데, 북적거리는 도시에서 맛집카페전시공연을 즐기는 것보다 물놀이가 더 힘들지 않을까? 아무래도 물 속에서 체온을 유지하려면 열량도 더 소모해야 되고 말이다. 아직 안 해봐서 그렇지, 나도 휴양지 여행을 갔다오면 생각이 달라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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