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밸런스 게임 짤을 봤다. "조용하고 회식도 없고 존댓말 쓰는 회사" vs "자주 수다 떨고 친하면 반말 쓰는 회사"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 질문이 밸런스가 맞도록 만든 것이 맞는지 건지 고민하면서, 당연히 전자를 골랐다.
사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걸 아주 좋아하고, 상대방을 웃기는 걸 좋아한다. 내가 말하고 남들이 빵 터지게 되면 기분이 좋아진다. 관중 앞에서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절대로 그런 면모를 드러내지 않는다. 무례한 사람들은 '웃긴'사람과 '우스운' 사람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스운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박혀버리면, 그 때부터 장난을 빙자한 무례한 말들이 쏟아지곤 한다. 그리고 실수했을 때나 허점을 보였을 때 농반진반의 갈굼이 들어온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회사 사람들 앞에서는 굉장히 말을 가려서 하는 편이다. 재미있는 농담이 머릿속에 떠올라도 입을 꾹 다물고.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하는 걸 극도로 경계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말실수를 할까봐.
한편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신나서 이야기했을 때 그 말을 들은 '머글'이 날 이상하게 볼까봐 조심하는 것이기도 하다.(전문용어로는 일코해제라고 한다.) 전에는 김애란 작가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신 분이 있어서, 저도 몇번 읽어본 적 있다고, <비행운>도 읽었고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를 읽었고 <두근두근 내인생>은 시험기간에 읽어서 더 재밌었다고 말씀드리니까 자기는 그 정도까지 다 읽은 건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니, 좋아하면 다 '도장깨기'를 하는 것 아니었냐고요. 심지어 나는 그 작가님을 '가장 좋아한다.'라고 말하지도 않았고 전집을 읽어본 것도 아니었는데. 최애를 정하는 것이 이렇게 가벼워도 되는 것인가요!
그래도 그날 나를 머쓱하게 만들었던 분은 머글이었을뿐 무례한 분은 아니셨다. 직장 생활을 지금껏 하면서, 퇴사 에세이집을 내게 된다면 들어갈만한, 수많은 고통스럽고 무례한 스몰토크를 들어왔고, (아마도) 공격의 의미가 없었던 말들을 듣고 상처받아서 집에 오는 길에 운 적도 있었다. 그런 나날들을 지나, 별로 고민 없이 '조용한 회사'를 선택하는 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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