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서 있는 것이 그나마 덜 힘들고, 조금은 즐거워지게 되었던 건 지난달부터였다. 어떤 음악 페스티벌에 가고 싶어서 후기를 찾아보다가 마이데이분이 쓰신 페스티벌 스탠딩 존버 후기를 보게 되었는데 매일 지옥철로 출퇴근했더니 페스티벌 스탠딩석에서 많은 사람들 사이에 껴서 오랫동안 서있었음에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그 때부터 지하철에서 서서 이동할 때면 페스티벌 스탠딩 준비중이라고, 이렇게 계속 연습하면 지치지 않고 즐겁게 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도 1시간 정도 서서 이동했는데 조금 덜 힘든 것 같기도 했다.
점심시간에는 식사를 끝내고 산책하던 중, 큰 소리로 찬송가를 틀면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분을 보았고 그 길을 지나가던, 누가 봐도 외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분이 스마트폰으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찍고 있었다. 나에겐 그냥 매일 보게되는 짜증나는 소음이었지만 여행자의 눈으로 보기엔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풍경이었던 것일까.
올리브영에서 커다란 쇼핑백을 가득 채워서 나오는 외국인들은 도대체 뭘 그렇게 사오는 걸까? 돈키호테에서 킷캣과 간장계란밥 소스, 곤약젤리와 치즈케이크맛 과자를 잔뜩 사서 나오는 나를 보던 일본인들도, 저 한국인은 뭘 그렇게 가득 사서 나오는건지 궁금했겠지?
아트하우스모모에 영화를 보러 가거나, 삼성홀에서 하는 콘서트를 보러 이화여대에 가게 되면 동화속같은 건물이 늘어선 이화여대가 너무 예뻐서 감탄하곤 한다. 시위하러 광화문으로 가면서 지금은 사라진 옛 국가의 성벽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대 학생들은, 종로구에 사는 시민들은 그런 풍경을 매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광화문 근처에서 일하는 직장인도 광화문이 아름답다고 생각할까?
같은 사건이라도, 같은 풍경이라도 내가 어떤 입장에서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내가 받는 느낌과 감정이 달라지는 것이 신기하다. 그렇다고 좋지 않은 상황도 생각을 바꾸면 달라진다는 식의 초긍정 이데올로기에 동의하진 않지만. 그냥 신기할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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