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 자꾸만 속이 안좋았다. 원래 식탐이 많은터라 음식이 눈 앞에 보이면 잘 먹긴 하는데, 먹기 전후로 음식 냄새를 맡으면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났다. 5박 6일간 일본 여행을 갔을 때도, 원래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처럼 이것저것 많이 먹고 오고 싶었지만, 속이 좋지 않아서 식당에 몇번 가지 못하고 밀크티나 마시다가 돌아왔다.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부터 지금까지는 회사에 있을때면 배가 아팠고, 주말엔 놀랍도록 괜찮아졌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풀리지 않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설사를 했다. 디시인사이드 과민성대장 갤러리에 들어가니까 대장내시경을 꼭 받아서 신경의 문제일 뿐 대장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라는 게시글이 있었다.
그래서 얼마전, 인생 처음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고, 너무 겁을 많이 먹었어서인지 준비 과정이나 검사 과정이 그렇게 괴롭진 않았다. 내 대장은 상태가 너무 좋다고 했는데, 위가 안좋다고 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이라고 했다. 검사 결과만 들었고 의사에게 진료를 받진 않았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방심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더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름지거나 맵고 짠걸 먹으면 안좋아진다고 하는데, 어쩐지 오늘 점심으로 닭도리탕을 먹고 나니깐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닭도리탕이 매운 음식이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그동안 회사에서만 아프고 주말엔 괜찮았던 게, 회사 식당의 점심메뉴는 맵고 자극적인 것이 많고 집에서 해먹는 밥은 비교적 간이 약해서 그랬던 거였나보다.
전에 회사에서 만들던 제품에서 알 수 없는 품질 저하가 생겨서, 품질팀에 분석을 의뢰한 적이 있었다. 분석 신청을 받는 과장님은 어떤 방법으로 검사하고, 어떤 불량을 검출할 수 있는지 설명해줬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면 좋은 게 아니냐는 나의 질문에, 불친절했던 과장님은 불량 원인을 알아야 그걸 고쳐서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냐며 나를 바보 보듯이 내려봤었다. 만성 위축성 위염으로 진단받은 게 딱 그런 느낌이다. 그동안 이유 없이 아팠는데 이제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면 안 아플 수 있겠네. 근데 그럼 한국인은 뭘 먹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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