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2017. 6. 22. 18:18

“나는 페미니스트” 선언하면서


불평등한 사회구조 바꾸는 일에


관심두지 않는다면 미사여구일뿐



<참을 수 없는 '페미니스트'의 가벼움> 이라는 칼럼을 보고 많은 비판이 오가는 것을 보았다. 이 글에 많은 위로를 받은 사람으로서 나의 생각을 풀어보고자 한다.


엠마 왓슨이 UN에서 "성평등을 지향하는 모든 사람들은 페미니스트이며, 꼭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칭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말하는 연설을 들으며 나는 여러모로 동의했었다. 사정이 있어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하더라도 성평등을 지향한다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칭하기에 충분하단 생각을 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어려운) 페미니즘 도서를 많이 읽지 않아도, 집회에 나가지 않아도, 주변의 여성혐오적인 지인과 말싸움을 해서 시원하게 이기지 못해도, 지금 뼈를 깎는 다이어트를 하고 있더라도 선봉에서 싸우는 페미니스트들에게 심정적 지지를 보낸다면 나의 동지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본인의 실천이 충분치 않다 생각해서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칭하는 걸 주저하지 않기를 바랐다. '진정한 페미니스트'는 허구적인 것이니까.



그런데 어디 가서 이런 말을 쉽사리 하고 다니진 못하겠다. 지금의 한국은 페미니즘 리부트를 맞았고 많은 사람들이 각성을 하고 페미니스트 선언을 하는데, 인터넷 세계를 일상적으로 들락거리다 보면 이 사람이 페미니스트가 맞긴 한가 싶은 글들을 너무 많이 보게 된다. 영페미 세대에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후에 페미니즘적인 말을 하는 게 유행이었다면, 요즘은 "나도 페미니스트지만..." 뒤에 반-페미니즘적인 말이 뒤따라온다.


"나는 페미니스트지만, 한남한남거리면 안된다고 생각해."

"나는 페미니스트인데, 페미니즘은 양성평등을 주장하는거야. 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하는 메갈은 페미니스트가 아니야."

"나는 페미니스트인데 메갈과 같이 묶이기 싫어. 걔넨 잘못된 페미니스트잖아. 메갈이 페미니즘을 퇴보시켰어."

"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페미니즘이란 이름으로 여성들이 피해받는다 주장하는 사람들이 여성혐오자라 생각해."

"페미니즘은 옳은데 우리나라에서 페미니즘을 잘못 배운 애들이 트위터같은 곳에서 여성우월주의적인 말들을 하더라."


놀랍게도 이 모든 말들은 최근에 내가 한 여초커뮤니티에서 읽은 글과 댓글들의 내용이다. (절 오프라인에서 만나신다면 캡쳐본을 보여드릴 수 있답니다.) 여성일 가능성이 높은, 본인이 페미니스트라고, 혹은 페미니즘을 지향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이런 말들을 한다. 최근에 여혐별곡 대나무숲에도 비슷한 뉘앙스의 아무말이 올라왔었다. 댓글에서 많은 분들이 한남충이라 욕했지만 글쎄, 나는 그 사람이 여성이거나 심지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말과 안티-페미니스트들의 말은 그닥 다르지 않다. n명의 사람이 있으면 n개의 페미니즘이 있다지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진짜로 페미니스트가 맞을까?



이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에서 좀 더 페미니즘을 많이 접하고, 공부를 많이 한다면 과격한 페미니스트를 싫어하던 내가 과격하단 소리를 듣는 페미니스트가 되었듯이 그들의 생각도 바뀔 수 있다.  페미니스트들의 '과격함'에 주관적인 불쾌함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게 가능하다. 문제는 이 불쾌함이 실천이 되어 안티-페미니즘의 논리를 답습하였으나 페미니스트 선언을 하고, 페미니스트 진영에 들어가 기계적 평등을 강요하며 페미니즘의 물결을 막아버리는 사람들이다. 아마 이 '문제'들이 진화하면 에쿼티 페미니스트가 되어 한남들이 원하는 '진정한 페미니스트'의 모델이 되어 줄 것이다.



나는 '진정한/올바른 페미니스트'들이 페미니스트로 불려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들과 내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어쩌면 또다른 의미의 '진정한 페미니스트'를 규정하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고민이 들던 차에 여성신문에 실린 이현재 교수의 칼럼을 읽었고, 이것은 나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가 되었다.




사족 1. 여성신문 사이트에 이 칼럼이 저격하는 대상은 한국여성민우회, 워마드, 페미당당, 전국디바협회라는 댓글이 달렸다... 여성주의자들의 주장은 이렇게 전유되어버릴 때가 많다. 자주 있는 일이라 화낼 필요까진 없고 그냥 비웃고 지나가면 될 것 같다.


사족 2.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위에서 예시로 든 것과 같은 빻은 글이 올라오면 반박하는 댓글이 많이는 아니지만 달리긴 달리고, 그 반박글엔 좋아요가 꽤 눌린단 것이다. 아마 남초였으면 "너 메갈이니?" 하는 댓글들이 달렸을 것이다.

Posted by 퍼포린
후기2017. 6. 22. 18:11

<퍼스널 컬러 컨설팅 후기-컬러즈 컬러토크>


후기 쪄달라는 친구들이 많아서 찌는 글.


퍼스널 컬러 컨설팅이 비싸다고 막연히 듣기만 했어서 받아볼 생각을 못했는데 친구가 4만원이면 된다고 해서 컨설팅을 받아보게 되었다.


컬러즈 컬러토크(5인 1조 단체진단, 총 2시간~2시간 반) 일정은 매주 금요일 2시에 업데이트 되는데 미리미리(1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신사 본점과 홍대점이 있는데 나는 홍대점에서 진단을 받았다. 진단을 받으러 갈 땐 화장을 하지 않고, 서클렌즈를 끼지 않고 가야한다. 가서 화장을 지워도 된다. 염색도 웬만하면 안 하고 가는 게 좋다.

처음에 5명을 앉혀놓고 퍼스널 컬러 개념을 간단하게 설명한다. 나는 처음엔 퍼스널 컬러가 얼굴과 색이 얼마나 잘 조화되는지로 결정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드레이프 천의 색이 얼굴에 반사되어서 낯빛이 변하는 거였다! 본인 톤에 맞는 드레이프를 얼굴 밑에 대면 하얗고 혈색이 도는 것처럼 보이고 얼굴도 갸름해 보인다. 그리고 그 때의 낯빛은 흰 천을 대봤을 때랑 큰 차이가 없다. 본인 피부색과 가장 가까운 색이라서 그렇다고. 단체 진단이라면 첫 순서로 하는 분을 잘 보면 감이 온다.(잘 모르겠으면 컨설턴트 분께 잘 모르겠다고 얘기를 하자..!)

진단을 시작할 땐 그 날 입고 간 옷의 색에 영향을 받지 않게 흰색 판초 같은 걸 걸치고, 그 위에 색이 있는 드레이프를 올려놓게 된다. 맨 처음엔 머리, 눈동자, 피부색을 설명해 주시고 본격적으로 피부톤 진단을 하게 된다.


1. 웜 vs 쿨
웜톤은 베이스가 노란색, 쿨톤은 베이스가 파란색인 색이다. 빨강, 초록, 파랑, 갈색 등등 대부분의 색은 웜톤에도 있고 쿨톤에도 있는데, 오렌지는 웜톤에만, 연보라색은 쿨톤에만 있다고 한다.
웜/쿨을 진단할 땐 비슷한 색으로만 비교해야 한다. 웜톤인 사람이라도 쨍한 오렌지색보다는 연보라색이 더 잘 어울린다 느껴질 수 있다고. 그래서 맨 처음엔 무난한 색인 웜톤 핑크/쿨톤 핑크(+기타등등)의 드레이프를 대서 비교한다. 여기까진 구분하기 쉽다고 느꼈다.


2. 여름 쿨 vs 겨울 쿨
나는 쿨톤이라서 여름, 겨울 중 하나임을 가정하고 1에서처럼 여름 파랑/겨울 파랑, 여름 초록/겨울 초록 등등의 드레이프를 대 보았다. 1과 달리 이건 정말 구분하기 어렵다. 여름/겨울 둘 다 잘 어울리는데 그 중에 좀 더 잘 어울리는 톤을 찾는거라서. 거울을 열심히 보며 차이를 인지하려 노력해야 한다.


3. 명도/채도
같은 계절 안에서도 명도, 채도에 따라 세부 톤이 나뉜다. 높은 명도, 조금 낮은 채도의 라이트톤/그레이가 섞인 뮤트톤/고명도 고채도의 브라이트톤/저명도 저채도의 다크톤 등이 있다. 마찬가지로 드레이프를 올려 진단한다. 나는 다크톤이라고 한다. 그래서 베이비 핑크나 푸시아핑크 색 립을 바르면 입술만 동동 떠다니는 것같이 보였나 보다.

이렇게 해서 나는 겨울 쿨 다크톤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겨쿨은 쓸 수 있는 색조 매우 없음 ㅇ.ㅠ


4. 메이크업 팁
보통 퍼스널컬러를 가장 많이 고려할 때가 색조화장품을 고를 때일 것이다. 그렇지만 섀도우, 립스틱 등은 워낙 국소부위에 바르는 것이고 사람마다, 이목구비에 따라 발색이 다 달라서 웜/쿨 정도만 맞는지 확인하고 이것저것 써보면서 본인에게 맞는 색을 찾아야 한다고. 평소에 쓰는 색조화장품을 갖고가면 이게 나에게 맞는건지 안 맞는건지 알려주신다. 다른 분들 후기를 읽어보니 컨설턴트분이 다 발색해보고 알려주신다는데 내가 받을 땐 그냥 쓱 보시고 내가 콕 찝어서 물어본 것만 발색해보셨다. 신기한건 내 옆자리에 앉아계시던 분은 엄청 하얀 피부의 가을웜톤이었는데 그분도 나도 진단 이전에 본인의 퍼스널컬러를 잘 몰랐는데도 그분과 나의 섀도우 팔레트는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그리고 이때 내가 쨍한 웜톤 레드립 틴트(입생로랑 9호)를 들고 갔었는데, 립스틱이 아니라 틴트니까 풀립 발색 안하면 가끔 써도 될 거라 하셨다.
베이스 메이크업의 경우 웜톤은 옐로 베이스, 쿨톤은 핑크 베이스를 쓰는게 좋다. 나는 바닐라코 CC크림을 쓰는데 이게 핑크베이스라 아주 적절하다고. 그리고 보통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이 밝기에 따라 21호, 23호로 나뉘는데 이게 회사마다, 제품마다 기준이 다 다르니까 숫자를 믿지 말고 발색을 해봐야 한다고.(마치 44,55,66사이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5. 옷 스타일링
퍼스널 컬러가 가장 필요한 경우가 옷을 입을 때다! 사람들이 화장을 보고 모 연예인은 무슨 톤이다 하고 짐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옷, 특히 상의와 원피스를 입을 때 퍼스널컬러를 고려해야 한다.(컨설턴트 분도 직접 드레이프를 올려보지 않는 한 대충 보고 무슨 톤인지 알기는 어렵다고 했다.)
보통 같은 디자인의 옷에 웜톤 색 하나, 쿨톤 색 하나 이런 식으로 옷이 만들어지니까 디자인이 맘에 들었다면 웜/쿨만 고려해서 본인에게 맞는 색을 고르면 된다. 좋아하지만 톤그로인 색은 얼굴에서 먼 곳에 배치한다.


6. 액세서리

액세서리도 컬러토크에 들고가도 된다고 했는데 컨설턴트님이 그냥 액세서리는 워낙 작으니 엄격하게 톤을 따질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들고가지 말걸) 그리고 안경을 고를 땐 퍼스널 컬러에 맞게 고르는 게 좋은데 쿨톤은 웬만하면 실버를 고르라고.



끝! 립스틱 사고 싶다.


Posted by 퍼포린
에세이/책이야기2017. 6. 16. 20:51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라는 소설을 읽고 있다. 7장 중 1장을 읽었으니 읽기 시작했다고 해야하나.

1장까지 읽고 나는 감탄했다. 소설이 시작되자마자 화자는 생리를 시작하는데, 그 부분을 어떠한 판타지적 포장 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사실 남성 소설가의 글을 읽어보면 여성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실제 여성이 아니라 본인의 환상 속 여성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국이 싫어서>는 그렇지 않았다. 소설을 읽기 전 작가의 사진을 먼저 보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여성 작가가 썼을 거라 짐작했을 것 같다. 


"입국 심사대 앞에 서 있을 때 생리가 터졌어. 줄 선 시간이 아까워서 화장실에 갈까 말까 조금 망설였는데, 사실 망설일 상황이 아니었어. 생굴 같은 게 막 몸에서 빠져나가고 있었어. 화장실에 가서 봤더니 팬티에 이미 피가 꽤 묻어 있는 거 있지. 가방에 생리대가 하나 있기는 했는데 여벌 속옷은 당연히 없었지. 화장실에 있는 휴지로 최대한 피를 닦아내고 팬티에 생리대를 붙였어. 달리 방도가 없잖아."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 12쪽

이 부분에서 나는 김훈 작가의 <언니의 폐경>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불가피했다,...

그래 이게 여성이지. 이게 생리지.
아직 1장밖에 안 읽어봤지만 남은 부분들도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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