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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5.05.27 250527 - 자신감
  2. 2025.05.25 250525 - 아무말
  3. 2025.05.24 250524 - 나르시스트
  4. 2025.05.23 250523 - 야근3
  5. 2025.05.22 250522 - 불량 검출
  6. 2025.05.21 250521 - 니홍고벵쿄
  7. 2025.05.19 250519 - 퇴근첩보작전
  8. 2025.05.18 250518 - 휴양지
  9. 2025.05.17 250517 - 키오스크 1
  10. 2025.05.16 250516 - 5일간의 성장
아주짧은글2025. 5. 27. 23:27

오늘도 점심시간에 일본어 스터디를 하고 왔다. 스터디 시간이 끝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의에 찬 마음으로 점심밥을 먹었다.

스터디를 신청하기 전까지 할지말지 고민했었는데, 역시 신청하길 잘한 것 같다. 1시간의 점심 시간은 충분히 휴식하기엔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쪼개서 어학 공부를 하게 만드는건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싶어서 신청을 망설였다.

그래도 위장이 고장나면서 식욕이 많이 줄어서 밥 먹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기도 하고, (럭키비키정신을 갖자) 지금보다 일본어를 더 잘 해서 덕질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일본어를 배워놓고 공부를 지속하지 않아서 까먹게 되면 아깝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스터디를 시작했었다.

그리고 오늘 공부를 끝내고 나니까 역시 신청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공부하는 분들이 다들 실력이 좋으셔서, 이 분들과 같이 수업을 들으며 따라가려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싶었다. 작년에 자격시험이 끝나고 목표가 없어서 루즈해졌는데 굉장히 가까운 곳에서 자극을 받은 느낌이랄까.

보통 스터디는 선생님이 일본어로 질문을 하고(어떤 질문을 할 예정인지 미리 알려주신다), 스터디원들이 일본어로 답하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오늘 관찰했던건 유창하게 대답하는 다른 분들도 어느 정도는 미리 답변을 준비해서 말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은 내 대답을 생각하기에 바빠서 다른 분들이 어떻게 하는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오늘 보니까 아예 다 써온 걸 읽는 분들도 계셨다. 내가 그간 뚝딱거렸던건 예습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였고, 퇴근 후에 좀 더 시간을 내어 준비해간다면 나도 다른 스터디원들처럼 유창하게 말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열심히 공부해서 내한공연에 통역이 없어도,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한국어 자막이 안달리는 일본 예능에 나와도 다 알아듣는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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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퍼포린
아주짧은글2025. 5. 25. 22:25

주말 이틀 동안 합쳐서 스무 시간 이상은 잔 듯하다. 그래서인지 토요일 일요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일요일인 오늘은 일종의 악몽을 꿔서 일곱시 반에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어서 열두 시에 일어났다.

오늘 꿨던 꿈은, 친구를 리뷰하는 웹사이트가 생겼고 대학 동기 몇 명에 대한 안좋은 리뷰를 남겼는데 익명으로 댓글을 단다는 게, 실명으로 남겨버려서 동기들이 나에게 실망이라고 하고 내가 예전에 그들에 대한 험담을 블로그에 썼던 것까지 파묘되어 욕을 먹는 꿈이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정말 개꿈이지만, 생생한 꿈이었어서 괴로워하면서 눈을 떴다. 그리고 나는 본인이 바로 볼 수 있는 공개적인 곳에 악담을 남길 사람이 아니니까 이것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니고 꿈이라고 되뇌었다. 지금은 연락도 잘 안하고 별로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꿈에 나오다니.

꿈까지 꿀 정도로 오래 잤는데 사실 별로 피로 회복이 된 느낌은 아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무기력하다. 아니, 하고 싶은 건 많은데 그냥 자고 싶다. 나에게 자유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오늘 원래는 미뤄뒀던 여러 후기들... 영화 콘클라베와 플로우를 보고 왔던 것, 최근에 읽었던 책, 맛있었던 식당, 공연을 보고 왔던 것 중 하나를 쓰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이렇게 짧은 일기를 쓰는 것보다는 후기를 쓰는 데 품이 더 많이 들어서 그냥 포기했다. 작년부터 소재가 쌓여있는데 언제 다 써낼지 걱정이다. 누가 쓰라고 시킨 건 아니지만, 나는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쓰고 싶은데 어째서인지 너무 힘이 없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부터는 다시 5일간 출근을 해야한다. 정말 거짓말 같다. 어차피 퇴근 시각은 정해져 있으니 회사에서 최대한 힘을 빼고 있으려고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긴장을 풀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난 차라리 집중력을 100% 발휘해서 빨리 일을 끝내고 빨리 집에 오고 싶은데 그러면 또 관리자가 보기엔 노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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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퍼포린
아주짧은글2025. 5. 24. 23:53

어젯밤엔 3시가 다 되어갈 때 잠든, 금요일 밤이었다. 일찍 자는게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 12시가 돼서야 집에 들어왔고, 적당히 놀아줘야 또 삶의 낙이 있으니깐.

보통 야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울분에 찬 마음으로 트위터를 무한히 새로고침(a.k.a. 쓱뽕)하다가 내가 왜 사이버 자해를 하고 있나 생각이 들 때쯤 기절하듯 잠이 들곤 했는데 어젠 왠지 평소답지 않게 브런치에 들어가서 트위터에 비해 분량이 매우 긴 글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왠지 추천 알고리즘이 나르시스트 모친과 손절한 내용의 브런치북으로 나를 이끌었다. 피곤했으니 집중력이 떨어졌을 법도 한데, 브런치 작가님이 글을 몰입감있게 잘 쓰셔서 스물 몇 편의 글을 한번에 다 읽어버렸다.

첫 글을 읽기 시작했을 땐 '나르시스트? 나랑은 상관 없는 이야기겠구나.' 생각했는데 작가님이 모친에게 당한 폭력이나, 모친에게 들었던 말들이 내가 겪었던 것과 너무 비슷했다.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나르시스트는 내가 알던 사전적 의미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나르시스트는 아이브 노래같이 당당하고 자존감 높은 사람, 그런 건줄만 알았는데...

글을 읽으면서 오밤중에 정말 많이 울었고, 중간에 그만 읽고싶어지는 괴로운 지점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로판이나 무협지를 읽으며 모험 중 힘든 일을 겪는 주인공이 얼른 이 시기를 지나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빠르게 정주행하게 되는 것처럼, 작가님이 이 불행을 이겨내는 지점의 글을 읽고 싶다는 마음으로 계속 읽어나갔다.

작가님은 본인이 겪어온 폭력을 객관적인 기록자의 시선에서 기록하며 마음을 정리하려고, 그리고 자신과 같이 나르시스트에게 피해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깨달음을 얻어 얼른 탈출하길 바라며 글을 쓰게 된 것이라고 했다. 작가님 본인도 어떠한 우연으로 '나르시스트'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그에 대해 알려주는 책을 여러 권 읽었다고 했다. 앞서서 길을 닦아준 사람들이 있기에, 뒤에 있는 사람들이 편하게 따라갈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나도 내가 겪은 일을 기록하고,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봐야 할 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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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퍼포린
아주짧은글2025. 5. 23. 23:29

역시 금요일 밤엔 야근이다. 집에 도착하면 12시가 넘을지도 모르겠어서 급하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월화수목요일에 야근하면 다음날 출근을 걱정해야 하는데, 금요일에는 걱정하지 않고 늦잠을 자도 되니깐 마음 편하게 야근하게 되는 듯하다. 그래서 늦게까지 사무실에 사람들이 많았고, 심지어 내가 마지막으로 퇴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5월 첫째주 금요일에 야근했을 땐 너무너무 억울했고 집에가서 조금 울었는데 사실 지금은 그렇게 슬프고 그렇지는 않다. 사실 이번 달엔 4월보다 야근을 많이 하진 않아서 약간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고, 오늘 야근한만큼 다음주의 퇴근 시간이 빨라질거라 생각하니까 그냥 설렁설렁 일해서 소요시간을 열심히 늘렸다. 너무 농땡이를 피웠는지 예상했던 퇴근 시간보다 1시간 정도 더 늦었지만 뭐. 그러게 누가 야근을 강요하래. 대학생 때 캐드를 배웠었는데, 학원 강사님이 손이 빨라야 퇴근을 빨리 할 수 있게 된다고 하셨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차피 퇴근은 못하는건데 손이 빠르면 일이 늘어나기만 할뿐이다. 좋은 부서장을 만나면 빨리 일하고 빨리 퇴근하는 게 가능하겠지만. 사실 노동법상 10시 이후에 노동한다면 시급이 1.5배가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야간근로수당을 받으려면 따로 신청해서 부서장님 결재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 부서 선배들도 눈치보여서 신청하지 않는다고 했기도 하고. 그냥 좀 인사팀에서 알아서 해주면 안될까. 나같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신청해야 받을 수 있게 해놓은 거겠지... 그래야 급여로 나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역시 오늘 알게된 건 야근하는데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더 억울해진다는 것이다. 오늘은 애인님이 야간 근무를 하는 날이라 야근한 것에 대한 불만이 크진 않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줄진 않았으니까. 나보다 늦게 퇴근하시는 분들은 가족이 보고 싶진 않은지 궁금하지만 직장 동료에게 하기엔 무례한 질문인 것 같아 입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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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퍼포린
아주짧은글2025. 5. 22. 23:35

올해 들어서 자꾸만 속이 안좋았다. 원래 식탐이 많은터라 음식이 눈 앞에 보이면 잘 먹긴 하는데, 먹기 전후로 음식 냄새를 맡으면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났다. 5박 6일간 일본 여행을 갔을 때도, 원래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처럼 이것저것 많이 먹고 오고 싶었지만, 속이 좋지 않아서 식당에 몇번 가지 못하고 밀크티나 마시다가 돌아왔다.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부터 지금까지는 회사에 있을때면 배가 아팠고, 주말엔 놀랍도록 괜찮아졌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풀리지 않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설사를 했다. 디시인사이드 과민성대장 갤러리에 들어가니까 대장내시경을 꼭 받아서 신경의 문제일 뿐 대장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라는 게시글이 있었다.

그래서 얼마전, 인생 처음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고, 너무 겁을 많이 먹었어서인지 준비 과정이나 검사 과정이 그렇게 괴롭진 않았다. 내 대장은 상태가 너무 좋다고 했는데, 위가 안좋다고 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이라고 했다. 검사 결과만 들었고 의사에게 진료를 받진 않았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방심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더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름지거나 맵고 짠걸 먹으면 안좋아진다고 하는데, 어쩐지 오늘 점심으로 닭도리탕을 먹고 나니깐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닭도리탕이 매운 음식이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그동안 회사에서만 아프고 주말엔 괜찮았던 게, 회사 식당의 점심메뉴는 맵고 자극적인 것이 많고 집에서 해먹는 밥은 비교적 간이 약해서 그랬던 거였나보다.

전에 회사에서 만들던 제품에서 알 수 없는 품질 저하가 생겨서, 품질팀에 분석을 의뢰한 적이 있었다. 분석 신청을 받는 과장님은 어떤 방법으로 검사하고, 어떤 불량을 검출할 수 있는지 설명해줬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면 좋은 게 아니냐는 나의 질문에, 불친절했던 과장님은 불량 원인을 알아야 그걸 고쳐서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냐며 나를 바보 보듯이 내려봤었다. 만성 위축성 위염으로 진단받은 게 딱 그런 느낌이다. 그동안 이유 없이 아팠는데 이제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면 안 아플 수 있겠네. 근데 그럼 한국인은 뭘 먹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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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퍼포린
아주짧은글2025. 5. 21. 23:11

회사에서 하는 일본어 스터디에 들어갔다. 점심시간을 쪼개서 공부하는데, 선생님도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진급 심사할 때 어학 성적을 보기 때문인지 회사에서 이런저런 외국어 학습에는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는 편이다.

사실 나는 작년까진 초급 레벨 스터디에 있다가 작년 말에 쳤던 시험에서 대박을 쳐서 기대하지도 않았던 높은 성적을 받아가지고(성적 확인 페이지에서 오류난 게 아닌지 몇 번을 새로고침 했었다), 올해는 고급반으로 두단계 상승했다. 운동이든 악기든 외국어든 초급 수준을 배우려는 사람은 많지만 고급반에는 사람이 많이 없다. 그래서 고급반 스터디는 최소 인원을 채우지 못해서 한동안 열리지 못했다가 이번달에야 열리게 되었다.

스터디를 시작한 날에,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일본어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일본 지사로 파견 다녀온 분, 대학생 때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다는 분부터 일본 고객사에 영업하시는 분까지 우리 회사에서 일본어를 잘한다는 사람들만 다 모인 것 같았다. 그리고 왠지 나 빼고는 서로서로 알고 계셨다. 선생님이 외국어 실력은 빠르게 늘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투자한 시간만큼 걸려서 오랜 기간이 필요할 수도 있는 거라며, 절대 남과 비교해서 주눅들지 말고 과거의 나 자신보다 발전해야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말을 들을 땐 별 생각 없었는데 지금보면 나에게 너무 필요한 말이었다. 같이 공부하는 분들이 일본어로 엄청 빠르게 와다다다 말해서 꽤나 주눅들게 된다. 초급반에선 내가 제일 잘하는 학생이었는데...

그러고보면 초급반에 들어갔을 때도 나는 첫날에 엄청 뚝딱거렸고, 몇 달간 같이 스터디를 했다는 분들이 자기소개하는 것을 들으며, '저렇게 잘하시는데 왜 아직 초급반에 계실까? 나도 초급 탈출까지 오래 걸리려나?' 하고 걱정했었는데, 열심히 공부했더니 그 분들을 제치고 먼저 초급을 탈출했다. 다시 열심히 해서 이 스터디 그룹의 유창한 분들을 빨리 제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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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정시퇴근 이라는 것을 해봤다. 여섯시가 가까워질 때면 같이 일하는 분들이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데, 다들 주섬주섬 겉옷을 입고, 슬리퍼를 운동화로 갈아신으실 때 나도 같이 나가는 척 운동화를 신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다들 나간걸 확인한 다음에 빠르게 가방을 챙기고 컴퓨터를 끄고, 후드티로 얼굴을 가린 다음에 버스 타는 곳까지 갔다. 다행히 아무도 만나지 않고 퇴근할 수 있었다. 성공적인 퇴근 첩보작전이었다.

요즘 나는 왜 항상 정시퇴근을 못하고 끝없는 야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다들 야근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나만 근무 시간이 짧아버리면 관리자 입장에서는 내 업무가 별로 없는 줄 알고 더 많은 업무를 줄 것이며(이건 나의 뇌피셜이 아니라 관리자가 나 말고 다른 동료에게...직접 내뱉은 말이다. 남자들의 뒷담화는 무섭다.) 지금 하고 있는 실험에서 그닥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일찍 퇴근해버리면 일이 잘 되지 않음에도 내팽개치고 집에 가는 무책임한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아서이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주 52시간을 꽉 채워서 일하고도 잘 안되었다고 해야지만 '시간이 없었다.'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진급 심사가 얼마 남지 않은 연차이기 때문에 눈치보지 않고 내멋대로 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니, 아주 불가능할 건 없지만 이 회사를 계속 다닐 입장에서라면 어려운 거다.

사실 야근을 매우 많이 하는 요즘의 업무량은 하루 8시간동안 100% 집중해서 하는 양보다 조금 적게 느껴지긴 한다. 실험 특성상 내가 뭔가를 만져야하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기도 하고. 그렇지만 관리자가 야근을 하길 바라고 있기 때문에 그냥 힘을 빼고, 졸리면 스마트폰도 보고 멍때리기도 하면서 천천히 일하곤 한다. 퇴근하고 11시쯤 집에 들어와 6시반에 집에서 나가면 잠이 모자라기 때문에 피곤해서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하지만 관리자의 눈에 보이는 건 나의 집중력이 아니고 '근무시간'이라는 '숫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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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퍼포린
아주짧은글2025. 5. 18. 23:38

죄책감 없이 무료함을 즐기는 주말, 인스타 돋보기탭을 보다가 '신혼여행은 무조건 휴양지로 가라'라는 썸네일을 클릭해보았다. 여행사 계정에서 휴양지로 분류되는 여행지를 추천해주는 게시글이었다. 별로 인상깊지 않았던건지 어떤 곳들이 소개되어 있었는지 크게 기억나진 않지만 다낭, 괌 같은 해변 도시들이 소개되어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결혼식을 준비하는 커플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헤메를 받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보면 피곤해지기 때문에 많이 걷지 않아도 되고 쉬어갈 수 있는 여행지를 추천해주는 것이겠지.

나도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휴양지 여행은 별로 가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반년간 교환학생으로 유럽에 살면서, 유럽여행을 많이 했었는데 오페라, 뮤지컬,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는 걸 가장 좋아했고 저녁이면 도시 이곳저곳의 바에 가서 모르는 사람들과 스몰토크 하는 걸 즐겼었다. 미술관도 많이 갔는데 그땐 기독교에 거부감이 심했어서 성화를 빼고 전체 전시품의 3분의 1정도만 감상하곤 했었다.

살면서 휴양지라 할 만한 곳을 딱 한번 가본 적이 있는데,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이었다. 혼자 갔던 여행이었고 이아마을의 석양이 아름답다고 해서, 산토리니의 동키 맥주를 한병 사서 호텔 선베드에 누워 석맥(!)을 할 계획이었다. 분명 그랬는데... 어쩌다보니 나는 호텔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식당에서 와인을 많이 마셔서 만취했고, 길을 못 찾아서 힘겹게 호텔로 돌아갔었다. 그땐 '도파민 중독'같은 단어는 없었지만 나는 그때부터 도파민을 찾는 사람이었고 휴양지에서조차 도파민을 창조해냈네.

그러고보면 휴양지란 무엇일까. 보통은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수욕장이 있는 도시에 가서 스노쿨링이나 수상레저를 즐기는 여행을 휴양이라 부르던데, 북적거리는 도시에서 맛집카페전시공연을 즐기는 것보다 물놀이가 더 힘들지 않을까? 아무래도 물 속에서 체온을 유지하려면 열량도 더 소모해야 되고 말이다. 아직 안 해봐서 그렇지, 나도 휴양지 여행을 갔다오면 생각이 달라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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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퍼포린
아주짧은글2025. 5. 17. 23:56

며칠 전에 우리 회사 프론트엔드 개발자랑 커피를 한 잔 했다. 특별한 일이 있어서는 아니고 제법 친한 동료인데 마침 둘다 짬이 나서였다.

회사 앞 카페에 들어가서 키오스크로 커피를 주문하는데, 신용카드 결제 화면으로 넘어가는 방법을 찾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우리가 명색이 테크 종사자인데 우리도 이렇게 버벅일 정도면 다른 사람들, 특히 노인들은 얼마나 어려울까? 라고 물으니 사실 이 정도면 양반이고 맥도날드 키오스크는 더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러 식당, 카페에서 주문을 키오스크로 받게 되고 노인들이 주문하기 어려워한다는 문제 제기는 기사나 드라마 등의 매체에서 몇 차례 접했다. 하지만 키오스크 앞에서 뚝딱거리다보니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하는게 꼭 나이를 먹어서 신문물에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UI/UX를 제대로 디자인하지 않아서 여남노소 누구나 사용하기 어려운 게 아닐까? 생각해보면 지금 70대 이상이신 분들도 커피 자판기같은 건 다들 써보신 적이 있었을텐데.

2주 전에는 입덕 40년이 넘은 올비팬들이 온라인 예매를 어려워해서 KBO에서 현장 판매를 시작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올비님들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봐서 좋았고 꼭 필요한 티켓 판매 정책이라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나이를 먹어서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지 못할까봐 걱정스러웠다. 요즘 청소년들은 PC를 잘 안쓰다보니 키보드로 타자치는 걸 어려워 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봤는데, 몇십년이 지나서 나는 탈덕하지 않았는데 핸드폰으로만 티켓팅이 가능하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적응해야 될까? 그래도 나는 새로운 전자기기 써보는 것도 좋아하고 하니까 신문물에 잘 적응해나가려나...

그런 걱정이 들어서 오늘 쓰는 글은 스마트폰으로 작성해보았다. 화상 쿼티 키보드로 작성하다보니 확실히 기계식 키보드로 쓰는 것보다 타자 속도가 느리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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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퍼포린
아주짧은글2025. 5. 16. 23:51

월요일에 썼던 '관크 후기'를 친구들 몇 명이 있는 카톡방에 공유했었다. 영화 후기 쓰기 전에 관크 후기를 먼저 쓰게 되었고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고 싶은 내 입을 막았던 건 영화관에서 이렇게 떠드는 사람들이 관람 매너를 이야기하는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의구심이 있어서였다는 말과 함께.

카톡방에 있던 친구가, 자신도 최근에 관크를 경험해서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고, 자신도 그런 말을 할때면 떨리지만 보통은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면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조용히 한다고 이야기해줬다. 나의 의구심을 깨준, '승리의 경험' 공유의 현장이었다. 큰 용기가 생겼다.

예전에 들었던 강연에서 민주노총 소속의 어떤 노조 조합원이 본인 사업장에서 노동 문제에 대응했던 경험을 말씀해주셨었는데, 그 분들은 성희롱이나 무례한 언어에 자주 노출될 수 있는 환경에서 노동하신다고 했다. 조합원분들은 참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피해를 당했을 때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같은 대응의 언어가 바로바로 입에서 튀어나오지 않았고 조합원들이 다같이 모여서 역할극으로 연습을 했다고 하셨다.(충주시 홍보맨의 악성 민원인 대응 영상같은 그런 역할극) 그 강연 내용이 생각났던 나는 5일동안 애인님과 역할을 바꿔가며 "조용히 하세요"라고 말하는 연습을 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지하철(지옥철)을 탔는데, 출입구로 들어갈 때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사람이 손가락으로 내 허리를 찌르면서 움직였다. 오른손과 왼손 모두를 검지만 펴서 찌르는게 느껴지던 순간, 나는 뒤돌아서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밀지 마세요!"라고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찌르지 마세요!"라고 말했다면 더 정확했겠지만, 어쨌든 그 순간 허리를 찌르던 촉감이 없어졌다. 날 찌르던 사람은 몇 정거장을 지나는 동안 줄곧 내 뒤에 있다가, 나의 앞쪽에서 열리는 문으로 먼저 내리려고 했다. 뒤를 쓱 돌아보니 그 사람은 또 손을 올렸는데 나랑 눈이 마주치니까 손을 내리고 "내릴게요." 라고 말을 했다. 누군가에겐 별일 아닌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드디어 나에게 필요한 한마디를 말해내었다. 기특한 내가 또 한단계 성장을 이뤄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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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퍼포린